한 사내가 기관총을 뽑아들었다. 그리고 동료들을 향해 무차별 난사, 10명의 동료를 그 자리에서 쓰러트렸다. GOP 총기난사 사건이 아니다. K리그 올스타전에서 나온 이동국(35ㆍ전북 현대)의 기관총 세레모니다.
이동국은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올스타전에 ‘K리그 올스타’ 공격수로 선발 출장, 한국 대표 골잡이다운 골 감각을 선보였다.
그야말로 축제의 장이었다. 은퇴한 박지성(33)과 해설위원으로 변신한 이영표(37) 등이 ‘팀 박지성’에 포함돼 ‘K리그 올스타’ 후배들과 맞섰다. ‘팀 박지성’의 사령탑을 맡은 거스 히딩크(68)와 ‘K리그 올스타’ 감독 황선홍(46)은 사제지간 맞대결을 펼쳤다.
2002년 한ㆍ일 월드컵 레저드들이 총출동한 만큼 기대도 컸다. 브라질 월드컵 최악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5만113명의 관중이 입장해 역대 K리그 올스타전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을 세웠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준비한 골 세레모니가 눈길을 끌었다. 강수일(27ㆍ포항 스틸러스)은 전반 7분 ‘팀 박지성’의 선제골을 터트린 후 동료들과 함께 박지성 결혼식 세레모니를 연출했고, 정대세(30ㆍ수원 삼성)는 동료들과 하트를 그려 축구팬들에게 보답했다. 임상협(26ㆍ부산 아이파크)은 루이스 수아레스(27ㆍFC 바르셀로나)의 ‘핵이빨’을 재현해 웃음을 자아냈다.
문제는 이동국의 기관총 세레모니다. 이동국은 후반 8분 골을 성공 시킨 후 코너 라인 깃발을 뽑아 들고 기관총을 난사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이에 동료선수 10명은 총에 맞아 쓰러지는 모습을 연기했다.
자신의 킬러 본능을 어필하기 위해 준비한 세레모니로 과거 올스타전에서도 수차례 선보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발상도 시기도 좋지 않았다. K리그 올스타전이 열리기 한 달 전 강원 고성군은 육군 22사단 GOP 총기난사 사건으로 공포에 떨었다.
이 사고로 5명의 무고한 젊은이가 목숨을 잃었다. 총기난사 사건에 대한 충격과 아픔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이었다. 게다가 사건에 대한 책임도, 재발 방지책도 없는 상황이다. 피해자 유가족들로서는 두 번 다시 기억하기 싫은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K리그 올스타전은 모두의 축제라는 이름으로 개막했다. 경기 장면은 KBS 2TV를 통해 전국에 생방송됐다. 그러나 K리그 올스타전을 보며 조금이나마 마음의 치유를 얻고자 했던 유가족들은 이동국의 세레모니를 보며 끔찍했던 순간을 다시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과연 세레모니가 그것밖에 없었을까.
이동국은 지난 20일, 364경기 만에 161골(60도움)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게다가 60-60(득점-도움)클럽에 가입, 한국 프로축구 사상 첫 70-70(득점-도움)클럽 가입도 노릴 수 있게 됐다. 누가 뭐래도 K리그를 대표하는 골잡이다.
그래서 더 실망스럽다. 축제 현장 이면에는 아직도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K리그 올스타전이 진정 모두의 위한 축제라면 그 이면의 소수까지도 감싸 안아야 했다.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축제다. 그런 사람이야 말로 슈퍼스타 자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