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는 립스틱, 머리색, 구두 등 작은 소품 하나하나까지 화제가 되는 이슈메이커다. 소위 ‘뭘 해도 되는’ 대중문화계의 핫 아이콘 현아는 1년 9개월 만에 세 번째 미니 솔로앨범 ‘에이 토크(A Talk)’로 컴백했다.
숱한 화제를 뿌리며 타이틀곡 ‘빨개요’로 대중의 사랑을 받는 현아는 지난달 28일부터 며칠간 표절이라는 단어와 함께 대중의 입에 오르내렸다. 같은 날 정오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통해 ‘A Talk’를 발매한 현아는 수록곡 ‘어디부터 어디까지’로 때 아닌 홍역을 치렀다. 해당 곡의 가사 일부가 표절이라는 주장이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 제기된 것.
이런 사실이 논란이 되자, 같은 날 오후 ‘어디부터 어디까지’의 작사가 비투비(BTOB) 멤버 임현식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어디부터 어디까지 가사에 지오디선배님 컴백 축하와 존경의 의미로 오마주 했습니다! 현아, 현식이가 지오디 팬이란 걸 티내고 싶었습니다”라고 해명했다.
현아의 ‘어디부터 어디까지’에는 ‘반대라서 더 끌리나 나와 다르니까. 이게 날 더 사로잡나 처음 본 거니까’라는 가사가 등장하는데, 이는 god의 ‘반대가 끌리는 이유’의 ‘반대라서 더 끌리나 나와 다르니까. 그게 날 더 사로잡나 처음 본 거니까’와 한 단어를 제외하면 정확히 가사가 일치한다.
존경과 존중을 뜻하는 프랑스어의 오마주(Hommage). 오마주는 예술 영역에서는 존경하는 작가와 작품에 영향을 받아 그와 비슷한 작품을 창작하거나 원작 그대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표절과 오마주를 구분 짓는 기준이 바로 이 지점이다. 존경의 의미를 담았느냐 그렇지 않았느냐.
이 곡이 god에 대한 오마주였다면, 가사가 어느 정도 비슷한지의 여부는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현아와 작사가 임현식이 음원 발표와 함께 오마주에 대한 내용을 적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임현식은 ‘어디부터 어디까지’의 창작 과정에서 원작자와 어떤 사전 협의도 거치지 않았고, 심지어 오마주했다는 사실 또한 대중에게 알리지 않았다.
과연 임현식이 god에 존경의 의미를 담아 오마주를 한 것이 맞을까. god 팬들이 문제제기를 하자 뒤늦게 부랴부랴 오마주라고 인정하는 것은 오히려 표절을 오마주로 무마하려는 의도로 비춰진다. 진정으로 자신들이 god의 팬이고 존경의 의미로 오마주를 했다면, 어째서 god 멤버나 원 창작자인 박진영과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 심지어 오마주를 한 상대조차 불쾌감을 드러낸 상황이지 않은가.
임현식의 오마주 해명 3일 후, 지난달 31일 김태우 소속사 소울샵 엔터테인먼트 측은 “현아와 작곡·작사자 임현식이 존경의 의미로 오마주한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사전 협의나 어떠한 양해 없이 뒤늦게 소식을 접해 매우 유감스럽다”며 “앞으로는 사전협의가 있으면 좋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큐브엔터테인먼트(이하 큐브)의 발 빠른 대응이다. 큐브의 홍승성 대표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사전에 관련된 분들께 말씀드리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 절차상에 있어 아티스트의 의도에 충실할 수 있도록 더 세심하게 챙기지 못한 회사의 불찰이 있었음을 인정하며 앞으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고 사과했다. 조치도 신속했다. 1일 큐브는 ‘어디부터 어디까지’의 온라인 음원서비스를 중단, 향후 추가 제작되는 현아의 음반에서도 본 음원을 제외했다.
세월이 인정한 거장의 작품이나 뛰어난 완성도를 가진 작품에 대한 존경의 표현이 오마주다. 존경함을 밝히지 않는 오마주는 아무런 의미도, 어떠한 효력도 없다. 오마주는 표절 논란이 거세질 때 내놓는 궁여지책의 변명거리가 아니다. 때마다 찾아오는 표절 논란은 아이돌 작사가 임현식과 현아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기회를 통해 대중음악계의 창작자들이 자신의 음악에 좀 더 강한 책임감을 다지고, 창작물 권리의 중요성을 다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