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2007년 여주점 개점 국내 첫 도입…롯데 亞 최대 면적 오픈에 현대도 사업 합류
국내 주요 백화점들이 던진 승부수는 적중했다. 바로 ‘아웃렛’이다. 쪼그라들고 있는 본업과 달리 성장세가 남다르다.
백화점 1위 롯데의 아웃렛은 2008년 330억원이었던 매출이 5년 만에 1조원을 가볍게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1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7.1%나 증가했다. 6년 만에 50여배가 증가한 셈이다. 점포수도 광주 월드컵점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만 3개를 늘려 벌써 10개가 됐다. 올해에도 경기 고양, 구리, 광명에 추가 출점하고 매년 1~2개씩 늘려갈 계획이다. 2007년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 ’ 개점으로 프리미엄 아웃렛 시대를 열었던 신세계는 2011년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을 오픈했고, 2020년까지 6개 매장을 추가할 계획이다.
2009부터 2011년까지 3년 연속 10%를 돌파했던 백화점 매출 증가율은 2012년 5.5%로 반토막 났고, 지난해에는 2.9%까지 둔화됐다. 여기에 최근에는 믿었던 명품 부문마저 매출이 줄어들며 최악의 해를 보내고 있다. 이에 따라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백화점 ‘빅3’는 1996년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신규 출점을 하지 않았다.
업계는 국내 아웃렛 시장 규모를 약 8조4000억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롯데쇼핑과 신세계사이먼이 벌이는 교외형 아웃렛 시장은 약 1조5000억~1조6000억원을 차지하고 나머지 약 7조원은 도심형 아웃렛이 차지하고 있다. 사실 아웃렛은 이랜드리테일이나, 마리오(마리오아울렛), 원신월드(W몰) 등 패션 중견기업들이 이끌어 오던 시장이다. 이 시장에 주요 백화점들이 2008년부터 진입해 시장 규모는 급속도로 커졌다.
백화점들이 아웃렛 출점에 목을 매는 이유는 백화점 시장의 포화 상태가 계속되고 정부 규제로 인해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신규 출점이 가로막히면서 시작됐다. 기존 사업 분야의 성장에 한계가 온 반면, 아웃렛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은 아웃렛 부지나 면적을 두고 끊임없이 경쟁을 벌인다. 지난해 말 롯데백화점은 경기도 이천에 ‘이천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을 열었다. 아시아 최대 영업면적, 아시아 최다 브랜드를 자랑하면서 영업 두 달 만에 단일 매장 매출 1위를 기록하는 등 아웃렛 시장을 뒤엎었다.
프리미엄 아웃렛 사업을 롯데보다 먼저 시작한 신세계는 자존심이 상했다. 이천 아웃렛이 개장도 하기 전인 지난해 10월, 근거리에 있는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을 아시아 최대 규모로 확장한다고 발표했다. 교외형 아웃렛 원조인 만큼 면적이나 취급하는 브랜드 수조차도 롯데에 지기 싫다는 자존심을 내세운 것이다.
지난 7월 3일 롯데는 또 한 번의 중대 발표를 했다. 이날 롯데쇼핑은 3000억원을 들여 2016년까지 양주시에 대규모 교외형 아웃렛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미 신세계가 의정부시와 2017년까지 1100억원 규모의 교외형 아웃렛 매장을 건립하는 투자유치의향서(LOI)를 체결한 지 넉달 만이었다. 하지만 롯데는 즉각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했고 신세계는 협상 단계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일단 롯데의 손을 들어줬다. 경기 북부지역 아웃렛의 주도권을 선점했다고 자신했던 신세계는 20일이 지나서야 의정부 시장을 미국으로 불러 의정부시 산곡동 일대에 아웃렛 매장을 짓는 내용의 업무협력을 정식으로 체결했다.
아웃렛 전쟁은 부산과 인천, 수원 등 지방에서도 계속되고 있고, 현대백화점의 아웃렛 사업 가세로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출점이 많아지고 성장률이 높아질수록 사회적 문제도 함께 커질 수 있다. 대형마트가 앞다퉈 출점경쟁을 벌이자 전통시장을 비롯한 골목상권이 고사된 것처럼 아웃렛 주변 패션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전국패션대리점연합회는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들의 아웃렛 사업 진출을 규제하라고 정치권에 요구하고 나섰다. 아웃렛이 들어선 뒤 중심상권이 무너지고 매출이 반토막 나는 등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아웃렛을 운영하는 대형유통업체들은 최근 지역상인들과의 상생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지역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 등의 상생에 노력하면서 대형마트가 걸어왔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지역사회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