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영의 서울 숨은그림찾기] 서울 도심 속 청정 계곡 '옥인동 수성동계곡'

입력 2014-08-1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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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의 그림에 등장한 ‘기린교’가 원형 그대로 보존된 수성동계곡

최근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종로구 삼청동천, 백운동천(수성동계곡), 백사실 계곡 계류와 노원구 동막골 계류의 생태계를 조사해 용존산소가 풍부하고 오염물질이 거의 없는 청정상태로 수질이 1등급 수준(좋음, BOD 2mg/L 이하)이라는 결과를 발표 했다.

▲계곡물이 맑은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다.

이중 서울 도심 속 군사보호지역이자 개발제한구역으로 특히 사람의 때를 많이 타지 않은 북악산과 인왕산이 품고 있는 도심 속 청정 계곡 백운동천(수성동계곡)과 백사실 계곡을 2회에 걸쳐 소개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 두 계곡은 필자와 각별한 인연이 있어 더욱 반갑기도 하다.

▲수성동계곡 안 푸른 숲과 어우러진 정자

먼저 찾은 곳은 백운동천(白雲洞川)으로 인왕산에서 흘러 내려와 청계천으로 합류하는 하천 수성동계곡이다. 최근 마른 장마로 계곡에는 그리 물이 많지 않았다. 그렇지만 1년 전체 강우량 중 절반 가량이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여름철 장마때가 계곡을 즐기기에 적기이다.

▲수성동계곡을 찾은 등산객들이 구름다리를 건너고 있다.

수성동계곡은 계곡의 물소리가 크고 맑아 동네 이름이 조선시대에 수성동(水聲洞)으로 불렸다. 그리고 겸재 정선이 북악산과 인왕산의 경승 8경을 그려 담은 ‘장동팔경첩’에 속할 만큼 아름다운 곳으로 조선시대 역사지리서인 <동국여지비고>, <한성지략> 등에 '명승지'로 소개된 곳이다. 또한 풍류를 아는 왕자 안평대군이 집(비해당)을 짓고 살았던 곳으로 계곡과 돌다리 등이 2010년에 서울시 기념물 31호 문화재로 지정됐다. 특히 '기린교'라 불리는 계곡 아래 돌다리는 도성 내에서 유일하게 원위치에 원형 보존된 돌다리이자 통돌로 만든 제일 긴 다리로서, 겸재 정선의 그림에도 그대로 등장한다.

▲과거 반환경적인 콘크리트 토목 건축을 반성한다는 의미로 남겨놓은 옥인시범아파트 일부

수성동 계곡은 3년 전인 2011년 7월 11일에 복원 완료 되었다. 1971년 지에 지어진 옥인동 시범아파트에 인왕산이 가리고, 계곡 암반이 복개도로와 콘크리트로 덮여 경관이 훼손됐던 것이 40여년 만에 원형대로 복원 되었다. 과거 반환경적인 콘크리트 토목 건축을 반성한다는 의미로 남겨놓은 한 구석의 옥인시범아파트 일부도 인상적이다.

▲정자에서 시민들이 쉬고 있다.

인왕산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 수성동계곡에 도착하니 산에서 불어온 바람이 가슴을 시원하게 했다. 잘 정돈된 탁 트인 계곡과 푸르게 우거진 숲도 내 눈을 시원하게 했다. 또한 계곡 산책 길에는 소나무를 비롯한 산사나무, 화살나무, 자귀나무, 개쉬땅나무 등을 심어놓아 산책 나온 이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날씨가 가물어 흐르는 물의 양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팔각정 정자에 그늘에 앉아 졸졸 흐르는 물을 바라보는 재미 또한 쏠쏠 했다.

▲수성동계곡은 계곡물에 발을 담그기 좋은 비밀 공간이 있다.

계곡 위쪽으로 올라가면 시원한 그늘 속 계곡물에 발을 담가 담소를 나누기 좋은 비밀 공간들이 곳곳에 나타나고, 도롱뇽, 가재, 개구리, 버들치 등이 서식하는 청계천 발원지가 나온다. 그야말로 잘 복원된 생태 청정 지역이다.

▲청계천 발원지

정선이 <장동팔경첩>을 직접 그린 곳으로 추정되는 지점인 수성동 계곡 초입 광장부에 그림과 실경을 비교 관람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필자가 방문한 날에는 우연히 어느 무명화가가 같은자리에서 수성동 계곡의 그림을 그리고 있어 감회가 새로웠다. 그 화가 또한 정선의 마음과 같았을까 하는 궁금한 생각도 들었다.

▲무명화가가 수성동계곡을 그리고 있다.

▲수성동계곡 인근에는 인왕산을 중심으로 산책로가 마련되어 있다.

이 계곡의 끝 지점에 오르면 인왕산 자락길과, 인왕스카이웨이 산책로길, 그리고 인왕산 등산코스도 함께 있어 즐거움을 더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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