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향해 창을 내리 바람 드는 창을…’21세의 아이돌 스타, 아이유의 맑고 깨끗한 음색의 노래가 이어진다. ‘너의 그 한마디 말도…’60세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 천재뮤지션, 김창완의 기교 없는 담백함이 배어 있는 목소리가 더해진다.
김창완과 아이유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으로 재탄생한 ‘너의 의미’는 감동 그 자체다. 아름다움 그 이상이다. 단순한 의미를 뛰어넘는 소중한 가치다.
1984년 산울림 10집에 수록된‘너의 의미’가 30년 만에 다시 지난 5월 발매된 아이유의 리메이크 앨범‘꽃-갈피’에서 김창완과의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통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김창완과 아이유의‘너의 의미’는 이제 TV와 라디오에서, 길거리와 커피숍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그리고 아름다운 파장을 일으킨다.
10~20대에게는 아이돌 그룹의 음악에서 느낄 수 없는 차별화된 노래의 감성과 감동을, 그리고 중장년층에게는 젊은 날의 추억을 선사하고 있는 김창완과 아이유의‘너의 의미’는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더 나아가 세대 간의 벽과 단절을 허물고 이해와 교류, 소통의 접점을 확장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사회갈등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터키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오죽했으면 ‘대한민국은 갈등공화국’이라고 할까. 삼성경제연구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 갈등으로 초래되는 경제적 손실이 연간 최대 246조원에 이를 정도다.
보수와 진보의 이념 갈등은 걷잡을 수 없는 대립과 반목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빈부의 양극화의 갈등은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지역 간의 갈등은 서로에 대한 불신을 고조시키고 있다.
여기에 세대갈등이 더해진다. 압축적인 고도성장 사회의 급변, 고령인구의 증가, 경제-산업 구조의 변화, 전통적 가족 해체와 가족 구성원의 역할 변모, 젊은층의 미래지향적 태도와 장노년층의 과거지향적 자세의 충돌 등 다양한 원인으로 세대 간의 갈등은 증폭 일로에 놓여 있다. 이제는 지역, 빈부, 이념, 노사 갈등 못지않게 세대 갈등이 우리사회의 선결과제로 떠올랐다.
세대 갈등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광범하게 드러난다. 최근 한 언론사가 조사한 박근혜 정부의 연령대별 지지도를 보면 극명하게 나타난다. ‘잘하고 있다’는 답변이 50~60대 이상에서 60%를 넘었지만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10~20대, 30대 젊은층에서는 60%를 넘어섰다. 정치 부분뿐만 아니다.
우리사회에서의 세대 간의 갈등은 지하철 좌석 문제에서부터 노인 연금 문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문제에서 적나라하게 표출된다. 문화도 예외는 아니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문화의 간극은 벌어질 대로 벌어져 서로의 문화와 콘텐츠의 향유는 고사하고 이해조차 못한 상황까지 이르렀다. 더 나아가 상대 세대의 문화에 대한 무시와 폄하까지 횡행하는 상태다.
지역, 이념 그리고 빈부갈등처럼 세대갈등 역시 엄청난 사회적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사회의 불안과 불신을 증폭시키는 폐단을 야기하고 있다. 소모적인 대립을 확대재생산해 정치에서부터 문화에 이르기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정성호 강원대 사회학과 교수는 저서‘20대의 정체성’에서 세대갈등의 해결책으로 “세대 간에 서로의 창조적 자의식을 북돋우면서 포용력 있는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적확한 지적이다.
39세의 나이차에서 오는 세대 차이와 음악적 취향, 세계관과 지향점, 라이프스타일의 차이를 초월해 서로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고 마음의 눈길을 준 관심과 공감으로 만들어낸 것이 김창완과 아이유의 ‘너의 의미’다. “아이유는 나의 청춘”이라는 김창완과 “김창완 선배님은 나의 미래”라는 아이유가 연출한 ‘너의 의미’의 감동적 콜라보레이션은 어쩌면 세대 갈등의 해답이 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지역갈등, 빈부갈등, 이념갈등의 해결책도 찾을 수 있다.
당신은 김창완과 아이유의 ‘너의 의미’를 들어보았는가. 들었다면‘너의 의미’의 또 다른 의미를 체득할 수 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