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부 교열기자
이탈리아 유적지 폼페이를 찾는 관광객들은 노골적 성애를 묘사한 벽화와 매춘 문구들에 당황하곤 한다. 남자 성기 모양의 화살표를 따라 뒷골목으로 들어가면 온통 음란한 벽화로 도배돼 있는 유곽도 기원전의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다. 화산 폭발로 멸망하기 직전 성적 방종이 얼마나 심했을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실제로 폼페이 시민 100명당 1명은 매춘 여성이었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 매춘부에는 등급이 있었다. 최하급은 ‘포르노이’(pornoi), 최고급 매춘부는 ‘헤타이라’(hetaira, 동료)였다. 물론 그 사이에 다리의 여인, 달리는 여자, 갇힌 여자, 암늑대, 구더기 단지 등 유별난 명칭의 계층도 존재했다. 매춘세로 아프로디테 신전 등 대형 건물을 세웠다니 매춘이 얼마나 공공연히 성행했는지 알 수 있다.
인류 역사상 여성의 가장 오래된 직업 중 하나가 매춘이라는 게 정설이다. 어떤 민족이든 역사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필요악인 셈이다. 그래서 매춘은 지금껏 논란거리다. 지난 23일 ‘성매매특별법’ 시행 10년을 맞았다. 2000년과 2002년 군산의 성매매 집결지에서 발생한 화재로 성매매 여성 19명이 감금당한 채 사망한 것이 특별법 제정의 계기였다. 성매매와 관련해 우리 사회는 10년 만에 큰 성과를 거뒀을까. 답은 부정적이다. ‘풍선효과’로 인해 오히려 성매매 수법과 장소 등이 더욱 교묘해졌다. 안마방·키스방·인형체험방 등 변종업소들이 성행하고, 심지어 해외로 나가 성을 사고파는 사례도 증가했다. 특별법 시행으로 성매매가 불법이며 범죄라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확산됐다는 데 만족해야 할 듯하다.
10년이란 시간은 오래도록 잘못돼 온 것을 바로잡기에 결코 길지 않다. 시간 경과의 의미를 품고 있는 의존명사 ‘지’, ‘만’의 띄어쓰기를 알아본다. 많은 이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쓰임에 따라 품사가 달라져 띄었다 붙였다 해야 하기에 더욱 어렵게 느껴진다. 띄어쓰기의 기본 원칙은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쓴다’이다. ‘단어’란 자립적으로 쓸 수 있는 말 혹은 그에 준하는 말을 일컫는다. ‘지’, ‘만’을 비롯한 의존명사 ‘것’ ‘따름’ ‘뿐’ ‘데’ 등도 단어다.
그런데 ‘지’는 어미와 의존명사 두 얼굴을 갖고 있다. 먼저 어떤 일이 있었던 때로부터 지금까지의 동안을 나타낼 때는 의존명사로 독립된 단어이기에 띄어 쓴다.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지났다”를 예로 들 수 있다. 그런데 ‘지’가 ‘-ㄹ(을)지’ ‘-ㄴ(은/는)지’의 형태로 사용될 때는 어미이므로 앞말에 붙여 써야 한다. “그 일을 할지 말지 고민이다”, “아내가 여행지에 잘 도착했는지 궁금하다” 등이 해당된다.
‘만’ 역시 “10년 만의 만남이라 가슴이 몹시 떨렸다”에서처럼 동안이 얼마간 계속됐음을 의미할 경우 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쓴다. 그런데 “그녀만 보면 행복해”와 같이 다른 것으로부터 제한해 어느 것을 한정할 때는 그 모습이 조사로 바뀌므로 붙여 쓴다. 또 “형만 한 아우 없다”에서처럼 앞말이 나타내는 대상이나 내용 정도에 달함을 나타낼 때, “그녀를 만나야만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다”와 같이 강조의 뜻을 나타낼 경우도 조사이므로 앞말과 붙여 쓴다. ‘지’와 ‘만’이 시간의 경과를 나타낼 경우 띄어 쓴다고 생각하면 한결 쉽다.
순결을 중시하는 성서에도 창녀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타락한 여인에 대해 온정적 시각을 마주할 수 있다. 수요가 끊임없이 존재하는 한 성매매는 인간의 역사가 끝날 때까지 사라지지 않을 직업이다. 따라서 성매매를 근절하겠다고 호들갑을 떨기보다 성(性)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착취구조를 억제해야 한다. 현실성이 반영된 실효성 있는 법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