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두 기업의 합병이 온·오프라인에서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심지어 혹자는 “네이버의 시대는 끝나고, 다음카카오의 시대가 온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카카오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시작으로 내달 출시 예정인 ‘뱅크월렛카카오’를 비롯, 지불결제 시스템 ‘카카오페이’, 뉴스 유통 채널 ‘카카오토픽’, 소셜커머스 ‘카카오픽’,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카카오스토리’ 등 금융과 커뮤니케이션, 쇼핑몰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연이어 내놓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시장을 노린 콜택시 ‘카카오택시’도 사업성을 검토 중입니다.
2000년 초반부터 국내 온라인과 모바일 시장은 모두 네이버가 석권해 왔습니다. 글로벌 검색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구글도 국내에서만은 네이버에 밀려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네이버 공화국’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0년 카카오가 등장하면서부터입니다. 카카오는 그룹커뮤니케이션 ‘카카오아지트’를 시작으로, 카카오톡을 통해 국내 모바일 시장 절대 강자로 급부상했습니다..
카카오의 사업초기 카카오톡을 이용한 수익은 거의 없었습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매년 수십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카카오톡에 투자를 계속했습니다. 김 의장이 몇년간 카카오톡에 투자를 계속한데는 숨은 전략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다수의 사용자가 모이는 서비스’을 만들고 이후 플랫폼을 통해 여러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었습니다. 김 의장의 전략은 적중했습니다. 카카오톡은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의 90% 이상이 가입한 ‘국민 메신저’로 떠올랐고 이후 ‘카카오게임’을 통해 적자 행진을 하던 카카오는 단숨에 흑자 기업으로 돌아섭니다.
특히 국내 모바일 상품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카카오선물하기’ 서비스에도 직접 뛰어들면서 수익 창출을 극대화 합니다. 그간 SK플래닛, KT엠하우스, 원큐브마케팅 등 4개사가 입점해 운영하던 이 서비스에 플랫폼 사업자인 카카오가 직접 나선건 바로 수익 때문입니다. 물론 카카오는 수익이 아닌 소비자 편의차원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지만, IT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수익 때문에 시장을 독식하려 한다”고 비판합니다. 이 때문에 카카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까지 받고 있습니다.
이런 업계와 달리 모바일 사용자들은 네이버 독주 체재에 카카오의 등장을 환영했습니다. 어떤 산업이든 시장을 독점하면 서비스의 질이나 고객 만족도는 하락하기 때문입니다. 카카오도 이런 이용자들을 등에 업고 빠르게 성장했고 다음과의 합병까지 이뤄냈습니다.
1일 출범을 앞둔 다음카카오의 시가 총액이 10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중소 앱개발사들이 떨고 있습니다. ‘카카오선물하기’ 처럼 자신들의 시장을 빼앗기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입니다.
실제 카카오는 모바일 개별 앱으로 포털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와 다음이 웹사이트 하나에 여러 서비스들을 담은 온라인 포털을 구현했다면, 카카오는 개별 모바일 앱을 통한 모바일 포털화 되고 있습니다.
벌써 앱 개발사들은 “왠만한 모바일 앱을 내놔도 성공하기 어렵게 됐다”는 푸념을 늘어 놓습니다.
이미 모바일 게임의 경우 ‘카카오톡을 통하지 않은 퍼블리싱은 곧 실패’라는 공식이 성립할 만큼 카카오톡의 영향력은 절대적입니다. 카카오톡에 게임을 입점 않겠다던 여러 기업이 다시 카카오톡으로 돌아왔습니다.
앱 개발사들은 이런 카카오톡 쏠림 현상이 다른 앱들에서도 나타날까 우려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례로 게임 서비스의 경우 구글이나 애플에만 내면 되는 수수료를 카카오톡 입점시에는 카카오에까지 지불해야 합니다. 이 금액이 50% 가량되니 작은 업체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쯤되면 중소기업들의 우려도 기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간 아이디어만 있으면 창업과 대박이 가능했던 앱 생태계도 다음카카오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한 앱 개발자는 “다음카카오의 등장은 국내 IT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도 있지만, 네이버처럼 모든 서비스에 뛰어들 경우 오히려 국내 IT 산업을 후퇴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이제 다음카카오의 공식 출범이 채 몇시간 남지 않았습니다. 다음카카오가 그간 네이버가 해왔던 것처럼 모든 온라인 IT산업을 빨아 들이는 ‘블랙홀’이 되지 않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