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가를 인하하기 위해 실시한 정책이 현재까지는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석유전자상거래 제도는 수입부과금 환급으로 특정 정유사에 과도한 특혜를 주고 있고, 혼합판매제를 실시하는 주유소는 현재까지 단 한 곳도 없는 곳으로 나타났다.
1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김상훈 의원(새누리당, 대구 서구)이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로 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3대 유가인하 정책 中 석유전자상거래제, 혼합판매제의 실효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적 보완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부는 2012년 4월 발표한 ‘석유제품시장 경쟁촉진 및 유통구조 개선대책’에 따라 석유제품 복수상표 자율판매(혼합판매) 제도와 석유전자상거래 제도, 알뜰주유소 정책을 펼쳐왔다.
당초 정부는 혼합판매가 시행되는 주유소들은 정유 4사뿐 아니라 수입사 제품들도 신규 공급이 가능해져 석유제품 판매시장에서의 경쟁이 더욱 촉진되어 유가가 인하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정작 혼합판매제도가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지만(2012년 7월 관련 법령개정, 그해 9월부터 혼합판매 개시)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혼합판매를 시작한 주유소는 전국에 단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혼합판매주유소 전환실적이 전무한 이유는, 주유소가 거대 정유사로부터 불이익을 당할 우려 때문에 정유사를 상대로 혼합판매 협상에 나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보너스카드 및 제휴카드 제공, 장기거래나 대량구매 시 공급가격 할인 등 각종 혜택을 버리기 어려운 것도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정유사와 주유소 간 협의에 따라 50%까지 가능하도록 관련 법령을 바꾸며 혼합판매 시행을 독려했지만,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전환신청한 주유소가 한군데도 없어 현실을 외면한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또 다른 유가인하 정책인 석유전자상거래 제도 역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전자상거래제도는 시행 2년 반(2012년 4월 시행)이 지나면서 국내 석유소비시장의 10%가량을 담당하는 외적 성장을 거두고 있는 듯이 보인다.
도입 초기 150여개에 불과하던 시장참가자('14.8월말 기준)는 지난달 현재 1693개사로 10배 이상 늘었다. 월간 거래량도 2012년 4월 300만ℓ 수준에서 올해 8월말 기준 3억1천만ℓ로 역시 100배 이상 늘었다.
초반 지지부진하던 석유전자상거래가 확대된 것은 정부의 수입부과금 환급을 비롯한 활성화 정책 때문이다. 정부는 석유전자상거래 시장 참여가 부진하자 석유제품 관세 3% 면제, 석유수입 부과금 L당 16원 환급, 경유에 바이오 디젤 혼합의무 면제 등 다양한 세제혜택을 제공했다.
문제는 전자상거래 매매 방식 중 협의매매 비중이 증가하는데 있다. 석유전자상거래 시장에서의 매매 방식은 크게 '경쟁거래'와 '협의거래'로 분류된다.
협의거래는 장외에서 미리 매도자와 매수자가 가격을 정하고 돈은 전자상거래시장에서 오가는 거래로 수금을 전자상거래시장에서 하는 거래를 말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각종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함으로 경쟁거래에 비해 가격인하의 효과가 떨어진다. 그런데 이 협의거래 비중이 휘발유의 경우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는데 문제점이 있다.
2013년 이후 현재까지 협의거래 비율은 경유는 70%에 육박하고 있고, 휘발유의 경우는 43.1%에 달한다. 특히 휘발유의 경우는 2013년 1월(32.9%)에 비해 올해 9월(62.5%)에는 2배 가량 증가하였다.
문제는 협의매매가 전자상거래 시 제공되는 수입부과금 환급제를 악용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특히 4대 정유사들이 본격적으로 석유전자상거래에 뛰어든 작년 하반기에만 64억, 올해는 172억 원이 수입부과금으로 환급되어 현재까지 환급액만 해도 237억 원이 넘는다.
이에 김상훈 의원은 “장외거래와 다를 바 없는 협의거래가 늘어나는 것은 40억 넘는 국민의 혈세를 들여 구축된 석유전자상거래 시스템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며 “경쟁을 통한 유가인하라는 제도 도입 취지에 맞게 협의매매보다는 경쟁매매로 계약이 체결된 석유제품에만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협의매매로 계약이 체결되더라도 장외보다 가격이 낮은 경우에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차별을 두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