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스토리 평단 호평 끌어내…등급 낮추려 ‘센’장면 편집 이제 옛일
과거 부정적 이미지의 온상이었던 ‘19금(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들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퇴폐적 내용, 자극적 소재로 구성되며 일부 관객에게만 어필했던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들이 작품성과 흥행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아내며 자신들만의 흥행 공식을 세우고 있다. 지난 2001년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8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친구’가 한국 영화사를 새로 쓴 지 10년이 넘은 지금,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영화는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에 그치지 않고 ‘주류’로 떠올랐다.
극장가 성수기로 불리는 추석 연휴 관객들은 19금 영화에 열광했다. 지난달 3일 개봉한 영화 ‘타짜-신의 손’은 개봉과 동시에 예매율, 박스오피스 1위를 석권했고, 누적 관객수 397만명으로 올해 한국 영화 중 5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타짜-신의 손’은 개봉 7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영화 중 가장 빠른 흥행 속도를 보였고, 하루 40만명을 불러모으며 올해 개봉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영화 중 최다 일일 관객수를 기록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측은 “‘타짜-신의 손’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도 국내외 화제작들이 포진한 추석 극장가에서 가장 먼저 100만 관객을 동원, 추석 대표 오락영화의 존재감을 과시했다”고 말했다. ‘타짜-신의 손’에 이어 최민식, 스칼렛 요한슨의 ‘루시’가 쌍끌이 흥행을 주도했다. ‘루시’ 역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었지만 197만명의 누적 관객수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외에도 7월 침체기에 빠졌던 한국 영화계에 흥행 신호탄을 쏘아올린 정우성 주연의 영화 ‘신의 한수’, 봉준호 감독이 제작에 나서 8월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은 ‘해무’, ‘트렌센던스’, ‘역린’ 등 대작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인간중독’, 10월 한국 영화 최고 기대작으로 꼽힌 ‘마담 뺑덕’ 등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들이 흥행은 물론 평단의 호평을 이끌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 결과 지난 1월 1일부터 10월 16일 현재까지 개봉한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는 총 386편으로 224편의 15세이상 관람가 영화, 106편의 12세이상 관람가 영화의 수를 압도한다. 매출액 규모에 있어서도 1812억원을 기록하며 점유율 14.5%를 장악하고 있다.
CJ영화투자팀 이창현 팀장은 “한때 투자배급사와 제작사에서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영화를 15세 이상이나 12세 이상으로 낮추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이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영화가 단순히 야하기만 할 것이라는 주장은 선입견에 불과하다. 작품성, 흥행성을 확보한 양질의 영화가 19금 영화시장에도 반영되면서 관객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고 청불영화의 트렌드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