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들이 기업 규모가 들어날수록 규제를 많아져 대기업에 진입하기를 꺼려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17일 기자단 추계세미나에서 ‘2014년 한국경제 현황 및 대책’ 발표를 통해 “우리나라 6대 주력산업의 성장률이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큰 원인은 중견기업의 피터팬 증후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피터팬 증후군은 기업이 성장할수록 지원혜택 사라지고 각종 규제와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로 인해 이전 수준에 머무르려 하는 현상을 말한다. 통상 중소기업 사이에 팽배한 문제로 지적됐으나, 중견기업의 성장 과정에도 이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3년까지는 중견기업이 30대 그룹으로 신규 진입하는 수가 매년 꾸준히 2~4개를 기록했던 반면, 최근 10년간은 1개이거나 아예 없었다.
이 부회장은 그 원인으로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도약하면서 급증하는 규제를 꼽았다. 2008년 출총제가 폐지된 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기준이 2조원에서 5조원으로 상승하면서, 2조 이상의 기업집단에 대한 규제는 완화되고 5조 이상 기업집단에 대한 규제는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결과 2008년 법 개정 이후 자산 2조원 이상ㆍ5조원 미만의 기업집단 수는 큰 폭으로 증가한 반면, 5조 이상 기업집단 수는 정체됐다. 이 부회장은 “최근 5년간 중견기업 2505개사 중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은 단 2곳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이 부회장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특정업종 중심으로 진출하는 ‘업종 편식현상’이 점차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춘 500개 기업의 업종이 전체 50개 정도 되는데, 우리나라는 그중 10개 업종만 진출해 있다.
반면 500대 기업중에서 10개 이상을 보유한 주요 10개국의 업종수 평균은 17.5개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특히 제조업에 편중돼 있는데 최근 3개 이상의 신규 포천 500대 기업을 배출한 8개국 중 한국의 업종 불균형이 가장 심각했다.
한국의 신규진입 8개사 중 제조업이 7개사, 서비스업은 1개사였으나 제조업 강국인 독일은 100% 서비스업종이었다. 일본조차 제조업보다 서비스업 기업의 진입 비중이 60%로 더 높았다.
이 부회장은 “우리나라는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기업규제가 증가한다”며 “이는 기업가정신을 저해하고 중견기업의 피터팬 증후군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업들에 대한 규제개선을 통해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전체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행 기업규제는 외국기업과의 역차별 문제도 가져온다”며 “선진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런 기업규모별 규제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