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획정 헌법불합치
헌법재판소가 30일 선거구 획정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향후 선거구 재구획 시 게리맨더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게리맨더링이란 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정하는 것을 말한다. 1812년 미국 메사추세츠 주지사였던 엘브리지 게리가 자기 당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정했는데 그 부자연스러운 형태가 샐러맨더(salamander, 불 속에 산다는 그리스 신화의 불도마뱀)와 비슷한 데서 유래됐다. 당시 공화당은 5만 164표를 얻어 29명의 당선자를 냈지만 야당은 5만 1766표를 얻고도 11명의 당선자밖에 내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자의적인 선거구 획정을 막기 위해 선거구 법정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선거구는 국회의 의결을 거친 법률에 의해서만 획정될 수 있다. 이번에 헌재는 현행 공직선거법에서 국회의원지역선거구를 정하고 있는 제25조2항이 위헌이라고 판결한 것이다.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라 다음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선거구를 재구획 해야 할 필요성이 생기면서 과거 선거구 구획시 일었던 잡음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직선거법을 토대로 선거구를 획정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위)는 여야 의원들로 구성돼 선거구의 영향을 직접 받는 의원들이 스스로 선거구를 획정하는 아이러니가 있다. 또 법조계와 언론계, 학계 등에서 선거구 획정에 조언을 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야간 안력다툼은 물론이고 여야가 짬짜미해 불필요한 선거구만 늘리는 일 역시 쉽게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2012년 총선 때는 정개위가 법망을 교묘히 피해 선거구 수술을 한 끝에 수원 권선구 서둔동이 엉뚱하게 팔달구 쪽으로 편입돼 비판받았다. 서둔동 주민들은 “서둔동 주민을 보호하고 대변해 줄 국회의원은 권선구 국회의원”이라며 “헌법상 보장된 선거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이번 헌재의 위헌결정으로 전체 선거구 246곳 중 62곳이 재구획 수술에 들어간다. 전체 선거구의 1/4에 해당하는 대규모인 만큼 선거구 획정 작업을 외부에 넘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원혜영 새정치민주연합 정치혁신실천위원장은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선거구획정위를 독립기구화하고 거기에서 결정된 것은 국회가 그대로 수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30일 발표된 헌재의 선거구 획정 헌법불합치 결정은 최대 인구 선거구의 투표가치가 최소 인구 선거구의 1/3밖에 되지 않는 상황 등이 평등권을 침해했다는 데서 나왔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단원제 하에서는 당선된 국회의원이 획득한 투표수보다 인구가 많은 지역구에서 낙선된 후보자가 획득한 투표수가 많은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대의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