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넘나드는 역량 출중…뮤지컬 시장, 전문 배우 관심 모아야
뮤지컬 무대를 꾸며온 배우들의 안방극장 활약이 눈에 띈다. 크고 작은 공연장에서 다져온 탄탄한 발성, 장기간 집중해온 캐릭터 소화력, 매회 라이브를 채워온 순발력 등을 지닌 뮤지컬 배우들이다. 무대에서 관객과 호흡해온 배우들이 이제 TV 속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한지상, 손승원, 강하늘, 김대명 등이 대표적 예다.
올 상반기 상연돼 제8회 더뮤지컬어워즈 올해의 작품상 등 9관왕을 휩쓴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주역으로서 두드러진 캐릭터 소화력을 선보인 그는 바로 한지상이다. 2003년 연극 ‘세 발 자전거’로 데뷔한 이래 주로 뮤지컬 무대에서 활약해온 한지상은 뮤지컬 ‘그리스’, ‘넥스트 투 노멀’,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등을 거쳐 연기력과 가창력을 겸비한 뮤지컬 스타로 우뚝 섰다.
한지상은 최근 뮤지컬 ‘더 데빌’에 출연하며 MBC 주말극 ‘장미빛 연인들’에 합류했다. 드라마 데뷔작인 ‘장미빛 연인들’을 통해 이미숙, 장미희, 정보석, 박상원, 김영옥 등 쟁쟁한 중견 연기자는 물론, 이장우, 한선화 등 젊은 스타들과 새로운 매체 환경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한지상은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카메라 앞에서 하는 연기에 대한 생소함과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한지상 소속사 더프로액터스 유주영 이사는 “한지상의 경우, 4회 방송분이 나간 현재 상황에서 드라마 환경에서 적응은 마쳤다”며 “한지상 외에 소속 뮤지컬 배우들 역시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드라마, 영화로 진출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열어놓고 있다”고 매니지먼트 방향을 밝혔다.
소극장 뮤지컬의 흥행 신화를 기록해온 ‘헤드윅’에서 최연소 타이틀롤을 소화한 손승원 역시 올 하반기 방송가에서 각광받고 있는 뮤지컬 배우 중 하나다. 지난 5일 방송된 KBS 2TV ‘드라마 스페셜-다르게 운다’에서 주연을 맡아 브라운관 적응을 마친 손승원은 11월 방송을 앞둔 KBS 2TV 새 일일극 ‘달콤한 비밀’, 12월 방송 예정인 새 월화극 ‘힐러’의 출연을 연달아 확정했다.
최근 시청률 상승곡선을 그리며 25일 방송분을 통해 평균 시청률 3.6%를 기록한 tvN 드라마 ‘미생’에는 안정감 있는 연기력을 갖춘 뮤지컬 배우 출신이 자리하고 있다. 장백기 역, 김동식 역의 강하늘, 김대명이다. 2006년 뮤지컬 ‘천상시계’로 데뷔한 강하늘은 ‘왕세자 실종사건’, ‘블랙 메리 포핀스’ 등을 통해 뮤지컬계에 존재감을 드러내왔다.
강하늘 소속사 샘컴퍼니 김민경 팀장은 “뮤지컬 배우 출신이 드라마에서 각광받는 이유에 대해 “기존 영화나 드라마에서 연기를 해온 배우들의 경우 얼굴 표정 등 디테일에 강하다. 반면 뮤지컬 배우들은 보다 팔과 다리 등 몸을 사용하는 측면에 자연스러움이 강화돼 특장점으로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미생’ 원작 웹툰 속 캐릭터와 가장 높은 싱크로율로 화제를 모은 바 있는 김대명 역시 뮤지컬 ‘어쌔씬’ 등 공연 무대에서 연기생활을 다져왔다.
이들에 앞서 조정석 엄기준 김무열 등 뮤지컬 배우들이 드라마에 진출해 맹활약을 펼치며 스타덤에 올랐다. 이처럼 뮤지컬 무대를 거친 연기자들이 안방극장을 공략하고 있는 점에 대해 전문가들은 배우 개인의 지향점과 시장의 비안정성을 근거로 들어 분석한다.
청강문화산업대 뮤지컬스쿨 이유리 교수는 “배우 스스로 여러 장르를 넘나들 수 있다면 그 자체로 개인의 역량이 될 것”이라며 “특히 산업이 안정된 브로드웨이 등과 달리, 국내 뮤지컬 시장은 과도기적 단계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상품성, 브랜드 가치 등은 배우에게 절대적 생존 체계로 작용하기 때문에 보다 대중적인 인지도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할 순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이 교수는 “스타 마케팅, 개런티 이슈가 산적한 국내 뮤지컬 시장이 과도기적 난제를 극복하고 안착하려면 뮤지컬 전문 배우의 숫자가 더 많아져야 하는 것은 물론, 뮤지컬 전문 배우의 가치가 더 존중돼야 한다. 이에 관객 역시 전문 배우에 대한 신뢰와 선호도가 더 높아져야 한다. 훗날 뮤지컬 배우들이 주도하는 시장이 돼야 하고, 이는 필연적으로 지향돼야 할 단계임이 분명하나, 뮤지컬 전문 배우로서 좋은 역량을 가진 배우들마저 대중매체로 가는 부분으로 인해 좀 더 요원해지는 일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