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은 오크통 주위를 일정한 간격으로 돌며 망치로 쇠로된 테(hoop)를 쳐내려갔다. 접착제 없이 나무 조각만으로 견고한 짜임을 만들기 위한 것. 그렇게 만들어진 통 안에서 길게는 반세기가 넘도록 술이 익는다.
17일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마련된 ‘글렌피딕 익스피리언스’ 행사장은 위스키 향과 오크통을 두드리는 묵직한 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싱글몰트 위스키 브랜드 글렌피딕은 14일부터 20일까지 증류 과정을 체험하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행사에는 45년 경력의 오크통 제작 장인 이안 맥도날드(Ian McDonald)가 초청돼 오크통 제작 시연을 펼치고 있다.
이안은 “대부분의 증류주 회사들은 생산단가를 줄이기 위해 오크통 관리를 외부업체에 위탁 하지만 글렌피딕은 오크통을 직접 유지보수 하고 있다”며 “오크통은 위스키의 맛과 향, 색깔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말했다.
글렌피딕 싱글몰트 위스키는 수제 오크통의 역할이 빛나는 술이다. 재료로 몰트(맥아)가 100% 사용되고 한 증류소 내에서 나온 것만을 병에 담았을 때 싱글몰트 위스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접하는 블렌디드 위스키가 호밀이나 옥수수 등을 원료로 거대 플랜트의 연속식 증류기를 통해 알코올을 대량생산하는 것과 차별화된다.
이번 행사에서는 싱글몰트 위스키 제조 전 과정을 영상과 인포그래픽, 소품 등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보리의 탄수화물에서 당분을 추출하는 당화과정, 당화액에 효모를 넣어 약 7도의 알코올을 만드는 발효과정, 다시 고깔 모양의 단식 증류기를 통해 약 70도의 고품질 알코올로 변하는 증류과정 등이 비춰진다.
글렌피딕 브랜드 매니저 김종우 대리는 “이번 행사는 단 한 곳의 증류소에서만 생산되는 싱글몰트 위스키를 보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마련했다”며 “다양한 체험을 통해 싱글 몰트 위스키의 개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887년부터 5대째 가족 경영을 하고 있는 스코틀랜드 기업 윌리엄그랜트엔선즈(William Grant&Sons)는 1963년 블렌디드 위스키에 맞서 싱글 몰트 위스키 분야를 개척하고 글렌피딕 브랜드를 수출했다. 윌리엄그랜트엔선즈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위스키 시장은 전년대비 12.8% 감소했지만 글렌피딕은 싱글몰트 트렌드를 이끌며 11.3% 가량 판매량이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