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해외 충격이 왔을 때 우리나라의 외화예금이 국가신용도 하락을 막는 ‘완충장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한국은행에서 나왔다.
정호성 한은 금융통화연구실 선임연구원과 우준명 전문연구원은 16일 발표한 ‘해외 충격시 외화예금의 역할’ 보고서에서 “경제 여건이 양호한 국가의 외화예금은 외부 충격에 완충장치가 될 수 있지만 경제 여건이 양호하지 않은 국가는 그렇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2005년 9월 말부터 작년 9월 말까지 17개 주요 신흥국의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스프레드, 시중통화량(M2) 대비 외화예금 비중 등의 자료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해외 충격은 각국의 경제 여건에 관계없이 신용부도스와프(CDS) 스프레드를 상승시켰다. 그러나 경제 여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한국, 페루, 태국, 말레이시아 등 6개국에서는 외화예금 비중이 높을수록 해외 충격에 따른 부도위험지표의 상승이 완화되는 모습이었다.
반대로 경제 여건이 양호하지 않은 인도네시아, 칠레, 체코, 헝가리 등 11개국에선 외화예금의 비중이 높을수록 부도위험지표가 상승했다. 외화예금이 자국 통화를 대체하는 안전자산으로서의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보통 외화예금은 금융시장이 불안정할 때 외화유동성을 공급, 국가신용도 하락을 완화할 수 있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외화예금이 늘어난 것이 자국 통화에 대한 신뢰도가 약해져서라면 ‘방파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선임연구원은 “신흥국의 경제 여건이 양호하게 유지되는 경우에만 외화예금이 해외 충격에 대한 완충장치가 될 수 있다”면서 “해외충격에 민감한 신흥국은 자국의 외화예금 변동이 해당국 경제여건을 반영한 것인지, 국제금융시장 상황에 반응한 것인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