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드 전 OB맥주에 양파 안주 “그게 뭐 어때서?” [오상민의 현장X파일]

입력 2014-12-17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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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물 징크스에 시달렸던 신지애. 하지만 지금은 스스로 징크스를 깬 대표적인 선수로 손꼽힌다. (KLPGA)

프로골퍼만큼 징크스가 많은 직업도 없을 듯하다. 가장 넓은 경기장에서 가장 긴 장비로 공을 가장 멀리 보낼 수 있는 스포츠가 골프다. (정신적ㆍ신체적으로) 조금만 흐트러져도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래서일까 라운드 전 징크스가 참 많다. 한 타에 수억원의 돈이 오가는 프로골퍼는 더 그렇다.

특히 OB맥주와 양파는 태생적으로 골퍼와 악연이다. 라운드 중 절대 발생해서는 안 될 상황(OB·양파)이기에 골퍼들로부터 오래도록 외면 받았다. 단순히 깨질까 두려워 먹지 않는다는 달걀도 인기 없는 음식 중 하나다. 유명 프로골퍼 중에는 박세리(37ㆍKDB산은금융)와 박희영(27ㆍ하나금융그룹)이 대회 전 절대 먹지 않는 음식으로 알려졌다. 미끄러짐의 상징 미역국도 프로골퍼에게 인기 없은 음식이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송보배(28)는 평소 고기를 좋아하지만 대회 전날은 절대 먹지 않는다. 이유를 물었더니 그냥 징크스란다. 거기엔 소화가 안 돼 집중력에 떨어질까 두려운 마음도 내포돼 있을 듯하다.

징크스까진 아니지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통산 4승의 김혜윤(25ㆍ비씨카드)은 어머니의 집 밥을 먹어야 힘이 난다고 했다. 늘 먹던 음식이라 부담이 없을뿐더러 심리적으로 안정된다는 이유에서다.

음식에 집착하는 운동선수가 어디 프로골퍼뿐일까. 이경필 JTBC 야구해설위원은 두산 베이스 현역 선수 시절 껌을 씹어야 경기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팬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선물도 껌이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과거 한 팬이 소포로 보내준 A제과 ○○볼 과자를 먹고 대패했던 경험이 있다. 이후 두산은 ○○볼 과자 금지령이 내려진 웃지 못 할 징크스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누군가는 ‘세상에 나쁜 징크스만 있는 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긍정적인 징크스를 많이 만들수록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그거야 말로 모순이다. 이기면 실력 때문이고, 지면 징크스 탓일까. 징크스는 어디까지나 징크스다. 어떤 이유에서든 징크스는 만드는 것보다 깨지는 것이 긍정적이다. 징크스를 두려워하는 일도, 믿고 의지하는 일도 프로답지 못한 행동이다.

천하의 신지애(26)도 한때 물 징크스에 시달렸다. 경기 중 물을 마시면 보기를 범했다. 그래서 신지애가 물을 마시며 경기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신지애는 작심하고 매홀 물을 마시며 플레이해 징크스를 깨트렸다. 그가 말했다. 징크스를 만드는 것도 깨트리는 것도 선수 본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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