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장단은 매주 경영 현안에 대한 논의와 함께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40분 가량의 강연을 듣는다. 사장단 회의는 고(故) 이병철 창업주 시절부터 있었지만 2000년부터 현재의 방식으로 정례화됐다.
삼성 계열사 사장이라고 해서 모두 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아니다. 삼성 사장단은 부회장(5명)을 포함해 총 61명이지만, 오너 일가 부회장·사장 3명과 미래전략실 부회장·사장 3명을 제외한 계열사 사장단은 55명이다. 이 중에서도 주력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 30여명 정도만 참석이 가능하다.
삼성 사장단은 이날 한형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의 ‘유교, 잊힌 삶의 기술’이란 주제 강연을 들었다. 저서 ‘붓다의 치명적 농담’으로 잘 알려진 한 교수는 이날 인문학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고 어떻게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 소개했다. 아울러 ‘나 자신’을 제대로 다뤄 인격을 수련하고, 삶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 사장단은 이날을 끝으로 올해 총 47회의 강연을 들었다. 특히 삼성 사장단은 리더십 등 경영 분야에 대해 외부의 지혜를 구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올해 경영 분야 강연은 22회로, 지난해 총 45회 강연 중 경영 분야가 13회였던 점을 고려하면 부쩍 늘었다.
이는 삼성을 둘러싼 안팎의 위기감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삼성 사장단은 지난 17일 강연에서 윤호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극지기후변화연구부장(박사)의 ‘극한의 위기관리 리더십’을 청취했다. 윤 박사는 세월호와 대한항공의 이른 바 ‘땅콩 회항’ 사건을 예로 들며 위기를 극복하는데 있어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더불어 위기를 맞이할 때 리더는 원칙과 기본을 지키고, 근거없는 낙관주의 대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 사장단은 5월까지 경제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올 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던진 ‘마하경영’의 화두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지난 3월엔 네 번의 수요일 모두 경제 분야를 배웠다. 하반기 들어서는 차세대 성장동력에 대한 강연이 많아졌다.
정치, 문화 분야에 대한 강연도 있었다. 최대 시장인 중국의 정세 등 우리나라와의 관계 전망에 대해 임혜란 서울대 교수로부터 들었고, 교황과 세종대왕의 발자취를 거슬러 따라가 보기도 했다. 지난달 19일에는 박칼린 뮤지컬 감독으로부터 ‘하모니 리더십’에 대해서 들었다.
한편, 올해 수요 사장단 강연 주제는 경제(경영 포함) 분야가 33건으로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문화 7회, 정치 5회, 사회 2회 등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