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성공가도를 달려온 토니 페르난데스 에어아시아 회장이 최대 위기를 맞았습니다. 회사 소속 QZ8501기가 28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를 떠나 싱가포르로 향하던 중 실종된 것입니다.
이륙 42분 만에 교신이 끊긴 여객기는 사고 당시 자바해 상공 벨리퉁섬 인근을 비행 중이었습니다. 승객 가운데는 한국인 3명을 포함한 승객 155명과 승무원 7명 등 162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여객기가 폭풍우 속에 난기류를 만나 추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사고가 터진 후 페르난데스 회장은 트위터에 “이번 참사를 수습하는 내내 사고기 탑승 승무원, 승객 가족들과 함께할 것”이라며 “우리는 힘을 모아 이번 시련을 헤쳐나갈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영국 버진그룹의 자회사인 버진애틀랜틱항공과 워너뮤직 말레이시아법인에서 근무했던 페르난데스는 지난 2001년 9ㆍ11 테러 직후 말레이시아 국영 에어아시아를 1100만 달러(약 121억원)에 이르는 빚을 떠안는 조건으로 단돈 1링깃에 사들였습니다. 당시 에어아시아는 두 대의 보잉 737-300기가 자산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페르난데스 회장은 ‘이제 모두가 날 수 있다’며 저가항공사라는 새 영역을 개척했습니다. 이에 에어아시아는 동남아시아 4대 항공사로 성장했습니다. 또 페르난데스 회장은 영국 프리미어리그 QPR의 구단주가 됩니다. 포브스에 따르면 그는 지난 2월 기준 재산이 6억5000만 달러로 말레이시아 28위 부자입니다.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여객기 실종은 최대 위기이자 최초로 닥친 시련입니다. 설립한 지 10여 년이 지난 에어아시아는 이번 사고가 회사의 첫 번째 대형참사입니다. 유럽연합(EU)은 에어아시아 인도네시아 자회사 소속 여객기의 운항을 허가해 왔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EU 통과가 허용된 항공사 5개 중 하나로, 그만큼 에어아시아의 안전성을 인정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참사로 그런 평판이 뿌리부터 흔들리게 된 것입니다. 게다가 첫 번째 시련이라는 것은 그만큼 이런 사고에 대응할 수 있는 노하우가 제대로 축적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이에 말레이시아증시에 상장된 에어아시아 주가는 29일 개장 직후 최대 13%까지 폭락했습니다. 말레이시아는 올해 이번까지 포함해 자국 항공사 소속 여객기가 3대나 추락하는 대형 참사를 맞았습니다. 이전 두 차례 사고 희생양이 된 말레이시아항공은 서투르고 우왕좌왕하는 대처로 비난을 받았습니다. 페르난데스 회장이 어떤 리더십을 발휘해 이 위기를 극복할까요.
페르난데스 회장은 지난 10일 한국 방문 당시 “한국인이 좋아하는 허니버터칩을 봉지째 제공하겠다”고 밝혀 ‘땅콩회항’ 으로 물의를 빚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비꼬아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여객기 실종자들이 생존해 있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애타게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