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배우 강소라입니다. 최근 tvN 드라마 ‘미생’에서 신입사원 안영이 역을 맡아 시청자 여러분과 만났습니다. 제가 연기한 안영이는 원작인 윤태호 작가의 동명의 만화 ‘미생’에선 드러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았답니다.
원작에서 숏커트인 반면, 드라마에선 긴 머리로 등장해 궁금하셨을 분들이 많았을텐데요. 이는 김원석 PD님과 상의 후 결정된 콘셉트랍니다. 극중 영이는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 숏커트를 했지만 승승장구하던 전 직장 삼정물산 퇴사 원인이 된 아버지로 인해 그러한 마음은 끊어버리죠.
부모한테 데인 게 많아 생긴 내면의 벽 때문에 직장 사람들에게도 벽을 치는 영이였습니다. 호불호 표현이나 사람들과 소통을 즐겨 하는 실제 저의 성격과는 정반대이기도 했답니다. 직장 상사인 하대리와 갈등에서도 실제 저라면 좀 더 털털하게 다가가 ‘제가 어떤 부분을 고치면 더 관계가 좋아질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을 거에요.
저는 책임감도 넘치고, 해외주재원을 보내도 도망치지 않고 잘 해낼 수 있다고 말예요. 극중 영이는 마부장에게도 여자란 이유로 줄곧 무시 당했는데, 제 개인적으로는 참아내는 게 힘들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마음으로, 처음엔 당황했지만, 약한 모습을 보일수록 더 무시 받는다고 생각해서 담대하게 했죠. 일을 열심히 하면 인정해주시겠지라는 마음 말예요. 그런 영이가 가장 안쓰러웠던 건 계단에서 홀로 울 때였습니다. 오죽 울 때가 없어서 그랬을까요.
이처럼 ‘미생’을 통해 간접적으로 느낀 사회생활은 제 편견을 깨도록 해줬습니다. 안정적이기보다 훨씬 치열하고, 조직 생활이다 보니 의견 공유가 쉽지 않더라고요. 저는 배우로서 주로 이미 기획이 다 된 시나리오를 받게 되니 몰랐는데, 보통 하나의 프로젝트를 착수하기까지 과정은 굉장히 복잡하더라고요. 기획단계의 중요성을 느꼈지요. 뿐만 아니라, 이번 작품을 통해서 아버지에 대한 이해를 많이 하게 됐어요. 왜 그렇게 수염 밀지 않은 얼굴을 집에 오면 아이들에게 들이미는지, 왜 하필 꼭 치킨을 사오시는지, 왜 술 먹고 들어오시는지 말이지요. 특히 직장에서 여자로 산다는 건 풀리지 않은 숙제입니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도 일하고 버티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지 않을까 생각해요. 누가 더 짐이 많은가 보다는 각자에게 지어지는 짐의 방식이 다를 뿐이지요.
사실 ‘미생’은 처음 시도하는 장르로서 이렇게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실 줄 몰랐어요. 시즌2에 제가 나오게 된다면 승진을 했으면 좋겠고요. 제가 ‘미생’을 포함해 그동안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은 인물을 주로 연기해왔는데, 바람이 있다면 다음 작품에서는 제 실제 성격처럼 활기차고 발랄하고 가족과 사이가 좋은 면모로 다시 시청자 여러분과 만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