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20대 초반의 여자 승객이 모바일을 통해 조석 작가의 웹툰 ‘마음의 소리’를 보고 있다. 시청자들은 방송 전부터 이충호 작가의 웹툰 ‘지킬 박사는 하이드씨’를 드라마화 한 현빈 한지민 주연의 SBS 수목미니시리즈 ‘지킬하이드, 나’(21일 첫 방송)를 기대하고 있다. 15일 개봉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고양이 장례식’은 홍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것이다. 하일권 작가의 웹툰 ‘3단 합체 김창남’은 영국 영화제작사 페브러리필름에 영화판권이 판매됐고 캐러멜, 네온비의 웹툰 ‘다이어터’는 중국 대만 등에서 출판계약을 체결하는 등 웹툰 한류를 일으키고 있다.
웹툰이 최근 들어 대중문화의 강력한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웹툰은 웹사이트에서 보여주기 위해 그린 만화다. 이미지 파일 만화의 총칭으로 웹(web)과 카툰(cartoon)의 합성어다.
웹툰은 1990년대 후반 IMF로 출판만화 시장이 침체되고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다양한 만화들이 개인블로그나 홈페이지에 연재되면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포털 다음이 2003년 ‘만화 속 세상’이라는 코너를 신설해 강풀 작가의 ‘순정만화’를 소개한 것을 비롯해 포털들이 앞다퉈 웹툰을 소개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2009년 스마트폰의 도입으로 웹툰은 또 한번 도약을 하면서 시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최근 발표된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웹툰시장 규모는 2013년 현재 1500억원에 달한다. KT경제경영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2015년 올 한해 웹툰시장 규모가 3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고 영화, 드라마, 광고, 게임, 캐릭터 등 파생상품 시장까지 고려하면 5000억~60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에서부터 카카오페이지 등 모바일, 통신사 사이트, 신문사 포털, 레진코믹스를 비롯한 웹툰 전문사이트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수많은 웹툰을 게재하고 있다. 2014년 9월 현재 네이버의 웹툰은 연재작품 159편, 완결작 318편에 달한 것을 비롯해 다음의 경우 연재작품 99편, 완결작 403편, Kt(올레마켓)는 연재작품 52편, 완결작 20편, 카카오 페이지는 연재작품 70편 완결작 1편, 레진코믹스는 연재작품 170편, 완결작 80편이다.
웹툰을 소비하는 이용자와 이용 시간도 크게 늘고 있다. 닐슨코리안클릭은 2013년 현재 네이버 웹툰 앱 월 평균 시간은 373분으로 음악사이트 멜론(356분), 동영상 사이트 146분을 크게 앞서고 있다고 밝혔다. DMC MEDIA가 2014년 10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PC, 스마트폰, 태플릿의 이용자 중 웹툰 이용 비율이 각각 10.2%, 10.5%, 17.1%로 영화, TV 등 동영상(5.5%, 10.4%, 10.4%)과 음악(4.5%, 8.0%, 9.7%)을 앞서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국민 3명 중 1명이 웹툰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할 정도다.
웹툰은 독창적인 스토리와 형식, 장르로 눈길을 끌고 있을 뿐만 아니라 PC, 스마트폰, 태블릿 등 다양한 플랫폼을 이용해 짧은 시간 안에 편리하고 간단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이점 때문에 이용자가 급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것이다. 웹툰이 요즘 문화의 강력한 트렌드로 떠오른 스낵컬처의 대표주자로 자리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매일 스마트폰을 통해 웹툰을 본다는 대학생 정경호(22)씨는 “웹툰은 무엇보다 재미가 있는데다 등교 시간 등 짧은 시간 안에 볼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또한 웹툰은 영화 드라마 웹드라마, 게임, 연극 뮤지컬 등의 원전으로 활용돼 대중문화의 지평을 확장하고 문화산업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조회 건수 12억뷰를 기록한 윤태호 작가의 ‘미생’이 만화책, 웹드라마, TV드라마로 만들어져 성공한 것이 대표적이다.
드라마 ‘닥터 프로스트’, ‘하이드 지킬, 나’, ‘치즈 인 더 트랩’, 영화 ‘이끼’, ‘순정만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패션왕’, ‘은밀하게 위대하게’, ‘전설의 주먹’, ‘26년’, 웹드라마 ‘후유증’, ‘연애세포’, 뮤지컬 ‘새끼손가락’, 연극 ‘바보’ 등이 웹툰이 원작인 작품들이다.
드라마 제작자와 영화사 관계자들은 “과거 소설과 만화책이 드라마와 영화의 원전으로 각광받았다면 이제는 웹툰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제작사들은 인기 웹툰의 판권을 구입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미생’의 윤태호 작가는 웹툰의 영상물의 원작화에 대해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이 2차 저작물로 가는 것 자체를 터부시해선 안 된다. 한 작품이 많은 저작물로 확대·재생산되는 것은 작가 스스로도 5년, 6년을 바친 작품에 더욱 만족감, 보람, 소명의식을 느끼게 할 수 있다”며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이뿐만 아니다. 웹툰은 전문사이트 레진코믹스가 중국에서 연재를 시작하는 것을 비롯해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가 일본에 진출했고 ‘3단합체김창남’이 영국 영화사에 판권이 판매됐다. 또한, 네이버는 라인 웹툰(Line Webtoon)에서 웹툰을 영어와 중국어로 번역해서 배급에 나서는 등 웹툰 한류도 본격화하고 있다.
“웹툰은 기존 만화가 인터넷으로 플랫폼을 이동한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매우 새로운 인터넷 문화 형식으로, 새로움을 찾는 한국의 인터넷 사용자들에 의해 이미 그 효율성이 검증됐고 서구의 독자들에게도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방송작가 1월호에 게재한 ‘모바일 TV와 웹콘텐츠, 새로운 시너지의 시대’라는 글을 통해 지적한 것과 “웹툰은 디지털 문화가 낳은 획기적인 장르이자 한국에서 가장 큰 성장을 보이고 있다”는 외국 전문가의 분석처럼 웹툰은 대중문화의 한 분야로서 진화를 거듭할 뿐만 아니라 문화산업 시장으로서의 잠재력도 날로 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독창성과 실험성으로 무장한 웹툰은 다른 대중문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제로서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동안 일본 망가(만화)가 세계를 석권했지만 이제는 한국 웹툰이 세계 시장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의 근거 있는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