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500대. 일본 자동차업체 토요타가 수소연료전지차(FCV) ‘미라이’를 자국에 출시한 지 한 달만에 계약한 물량이다. 국내 자동차업계에서는 미라이의 판매량에 대해 ‘놀랍다’고 평가했다.
자동차업계 고위 관계자는 “1500대 계약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소비자의 반응도 좋다는 것”이라며 “미라이 1호 차량을 아베 신조 총리가 관저 차량으로 이용하기로 한 것도 한국과 일본 정부의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1500대의 미라이 중 840대는 법인고객이, 나머지 660대는 개인고객 계약했다. 반면, 2013년 4월 출시된 현대차의 ‘투싼ix 수소차’는 지금까지 국내에 모두 26대가 계약되는 데 그쳤다. 초기 반응만 놓고 보면 미라이가 투싼ix 수소차를 크게 앞서는 셈이다.
토요타는 미라이의 시장 반응이 긍정적인 것을 고려, 생산물량을 2016년 2000대에 이어, 2017년에는 3000대로 늘리기로 했다.
토요타가 수소차의 특허를 공개한 것도 세계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 2020년까지란 단서가 붙었지만 특허 건수는 무려 5680건이다. 토요타가 수소차의 특허 공개로 시장 선도기업이라는 이미지 마케팅과 함께, 시장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기업의 적극적인 기술 공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1970년대 일본의 전자기업 JVC는 ‘VHS(영상신호를 자기테이프로 기록·재생하는 방식)’의 기술을 공개해 소니의 ‘베타(Beta)’ 방식을 누르고 비디오 영상 시장을 장악했다. 자동차 업계의 사례도 최근 있었다. 테슬라는 지난해 6월 200개의 전기차 특허를 전면 공개했다.
이에 따라 토요타의 특허 공개가 시장에 통할 경우, 차세대 자동차 시장을 이끌 수소연료차의 기술 주도권 싸움에서 현대차가 열세에 놓일 것이란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토요타는 일본 외 해외 시장에서 미라이의 판매를 개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현재까지의 미라이 판매 수치만 놓고 투싼ix 수소차와 절대 비교하는 것은 무리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현대차와 토요타의 수소차의 본격 승부는 올해 말 미국 시장에서 펼쳐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토요타는 미라이를 올해 여름 북미 시장에 선보인다. 2017년까지는 북미에서 3000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현대차는 지난해 초 미국 시장에서 투산ix 수소차 판매를 시작했다. 현지에서 리스 방식으로 판매되는 투싼ix의 계약 대수는 현재 100여대다. 미국 시장에서 진검 승부가 벌여졌을 때 현대차의 판매량이 미라이에 크게 뒤진다면 수소차의 시장의 주도권은 토요타에 넘겨 줄 수 있다.
현대차가 수소차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가격 인하가 필수적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라이는 미국에서 5만7000달러(6200만원)에 판매될 전망이다. 투싼ix 수소차 가격은 이보다 두 배 이상 비싼 1억5000만원 수준이다. 현지에서 투싼ix 수소차가 리스형태(착수금 2999달러, 36개월간 매달 499달러 낸 뒤 반납)로 판매되고 있지만 대중화를 위해서는 가격경쟁력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안병기 현대차 연료전지개발실장은 “국내 업체와 수소탱크를 협력 개발해 탑재하는 등 장기적으로 핵심 기술을 자체 개발하고 국내 생산을 통해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량 증가로 인한 가격 인하 요건을 같이 가져간다면 큰 폭의 원가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