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볼’은 세계 최대 규모의 광고시장으로 꼽힙니다. 매년 1억명 이상이 슈퍼볼을 시청하는 미국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죠.
이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은 슈퍼볼에 광고를 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입니다. 광고에 따른 판매 증가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현대자동차가 8년 만에 슈퍼볼 광고를 하지 않기로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2015년 1월 26일자 [현대차, 8년만에 美 슈퍼볼 광고 중단… 실적 악화가 원인?]
현대차는 “올해는 광고할 신차가 없어서 슈퍼볼 광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신차가 있지는 않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투자자는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현대차가 슈퍼볼 광고를 포기한 배경으로 업계에서 꼽는 것은 한전부지 인수대금 납부입니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한전부지 인수 컨소시엄은 올해 9월까지 한전 부지 매입 대금 10조5500억원 중 계약금 1조550억원을 뺀 9조4950억원을 납부해야 합니다.
이 중 현대차는 55%인 5조2222억5000만원을 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재무 부담이 커진 현대차가 슈퍼볼 광고를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슈퍼볼 광고료는 30초당 400만달러(약 43억원)에 달할 정도의 거액입니다.
현대차그룹이 ‘형보다 아우’를 밀어주는 것이란 시각도 있습니다. 그룹에서는 현대차가 맏형이지만 미국 시장의 성장률만 놓고 보면 기아차가 현대차를 앞서고 있습니다.
기아차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8.4% 성장한 58만대를 판매했습니다. 반면, 현대차는 72만6000대를 판매해 0.7% 성장에 그쳤습니다.
특히 올해는 기아차가 미국 시장에 신형 쏘렌토 등의 신차를 잇달아 선보일 예정입니다. 그룹의 신차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광고는 택일해야 한다면 현대차보다는 기아차에 무게를 실어 주는 것이 판매 증가에 더 큰 효과가 있을 것이란 얘기입니다.
이밖에 현대차가 이제 광고보다는 연구개발(R&D)에 현금 여력을 더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 향후 4년간 80조7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중 41조1000억원은 시설투자, 31조6000억원은 R&D에 쓰입니다. 현대차가 당장의 광고 효과보다는 미래 시장을 대비한 담금질에 더 주력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으로 해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