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사 사들이고 기획사 잇단 투자 등 콘텐츠 산업 잠식 가속화…하청기지 전락 ‘대만 전철’ 밟을수도
‘차이나 머니’를 앞세운 중국의 무차별적 ‘문화 공습’이 본격화했다. 중국 자본이 해외 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서며 ‘한류’의 본산인 우리 시장을 속속 잠식하고 있다. 중국의 한국 콘텐츠 업체의 경영권 인수에서부터 지분 참여, 합작투자, 인력 유입까지 차이나 머니의 우리 문화시장 공습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중국 주나인터내셔널은 최근 ‘올인’과 ‘주몽’ 등 한류 드라마를 제작한 중견 제작사 초록뱀미디어를 120억원에 인수했다. 중국 화처미디어그룹은 영화 ‘신세계’ ‘7번방의 선물’ ‘변호인’ 등을 투자 배급한 NEW에 535억원을 투자하며 단숨에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중국의 거대 IT기업 텐센트는 지난 2010년부터 CJ게임즈 등 국내 게임사에 무려 7000억원을 투자했다. 중국 포털업체 소후닷컴은 배용준, 김수현이 소속된 연예기획사에 150억원을 투자했고 중국 투자기업 푸싱그룹은 YG엔터테인먼트에 콘텐츠 합작 사업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중국계 한 기업은 극장체인 메가박스의 인수작업에 본격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중국 업체가 최근 연예인 매니지먼트와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대형 연예기획사를 인수하는 데 거의 확정단계에 이르는 등 최근 1~2년 사이에 중국 업체의 한국 연예기획사와 제작사 인수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말했다.
중국의 한류 잠식은 한국 콘텐츠 업체의 인수나 자본 참여뿐만 아니라 한국 콘텐츠 제작 핵심 인력의 중국 유입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 방송사와 영화사, 기업들은 한국 몸값의 2~4배를 주며 송혜교, 이준기, 박해진, 추자현, 장나라 등 한류스타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장태유 PD, ‘엽기적인 그녀’ 곽재용 감독 등 한국 제작진을 속속 영입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한국 인력을 활용해 중국 콘텐츠를 제작, 세계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국내 업체에 대한 자본 투자가 단기적으로는 한류 시장 확대를 꾀하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단비 기능을 하지만 장기적 차원에서는 부정적 영향이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작 인력의 해외 유출을 중국 진출로 포장하고, 중국 자본의 국내 제작사 인수를 외화 유치라고 홍보하는 등 장밋빛 환상에 빠져 있다”며 대만의 사례를 언급했다. 대만은 ‘판관 포청천’ ‘꽃보다 남자’를 아시아 전역에 히트시켜 한때 아시아에서 콘텐츠 강국으로 떠올랐지만 중국 자본의 무분별한 유입과 인력 유출로 인해 현재 중국 콘텐츠 산업의 하청기지로 전락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윤호진 산업정보팀장은 “중국 자본이 한국에 들어오는 것은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모두 존재한다. 단기적으로는 콘텐츠의 모방으로 타격을 받겠지만 이를 뛰어넘는 콘텐츠 생산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자본의 유입과 한국 제작진의 중국 진출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