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신흥국 경제 부진 속 반도체 성장세

입력 2015-02-0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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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미야 와타루 산교타임즈 대표이사

필자가 사는 일본 요코하마에서 스마트폰을 사기란 매우 힘들다. NTT도코모 대리점에 갔더니 “어느 대리점이든 1시간 이상 기다리실 거예요”라고 말한다. 신문기자는 대개가 성격이 급하다. 필자도 예외는 아닌지라 “그렇게 기다려야 된다면 됐네요. 다음으로 미루죠”라며 대리점을 나왔다. 무엇보다 어떤 기종으로 살지 정한 것도 아니어서 그렇게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포화 상태가 임박했다고 하는데 일본에서도 스마트폰은 여전히 폭발적으로 팔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사기관들이 2014년 세계 반도체 매출을 집계하고 있다. 평균치를 살펴보면 3600억 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이는 2013년에 비해 9~10%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잊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조사기관과 애널리스트는 2014년엔 13~15%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결국 그들의 예상은 빗나갔고 심지어 하향 조정됐다.

그래도 필자는 2014년 세계 반도체는 잘 성장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십여년간 세계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BRICS(브릭스)의 성장이 급속히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상당한 마이너스 성장으로 세계 경제의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브라질도 성장은 둔화하고 있고, 인도도 비슷한 상황이다. 중국은 아직 견조하다고 주장하지만 2014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4%로 2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둔화했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면 2014년 세계 반도체는 선방했다고 평가해도 좋을 것이다.

이제 세계 경제를 견인하는 것은 셰일가스 혁명이 일고 있는 미국이다. 셰일가스에서 선행함으로써 에너지 대국이 될 뿐 아니라 자국 내 설비투자 회복으로 많은 새로운 공장이 미국 본토에 건설돼 엄청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소비도 견조한 모습을 보이는 등 씀씀이 헤픈 나라 미국이 돌아온 것이다.

이러한 세계 정세를 반영해 세계 1위 자동차 메이커인 도요타자동차는 2015년 그룹 세계 판매 대수를 2014년 실적 전망보다 약 10만대 줄인 1015만대 정도로 낮춰 잡았다. 신흥국에서의 판매가 부진할 것으로 본 것이다. 또한 소비세의 영향으로 일본 국내 판매도 낙관적이지 않다. 미국에서는 한때 에너지 절약형 자동차, 즉 소형차, 하이브리드차 등에 인기가 집중됐다. 그러나 셰일가스 개발 진행과 휘발유 에너지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다시 대형차를 사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남자든 여자든 살찐 사람이 많아 소형차는 좁기 때문에 꺼리는 사람이 상당수다.

2015년 반도체 생산에 대해서는 강세를 예상하는 사람이 5~6% 증가한 데 반해 약세 예상은 미미한 수준이다. 간단히 말하면 신흥국의 경제 성장이 멈추고 미국 및 일본이 세계를 견인하는 상황에서는 좋은 재료를 찾을 수 없다. 그래도 일본 기업의 점유율은 2014년 11%에 불과한 반면 미국은 53.6%의 점유율로 독주하고 있다.

반도체 설비투자는 어떻게 될 것인가. 미나미카와 아키라 IHS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2014년 설비투자는 593억 달러로 2013년에 비해 상당히 증가했다. 2015년은 투자가 주춤해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최근 정세가 달라졌다. 정확히 말하면 2015년 반도체 설비투자는 전년 대비 10% 늘어난 660억 달러 수준까지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물론 사상 최고 금액이다. 설비투자를 견인하는 인텔, 삼성전자, TSMC가 모두 투자에 적극적 자세를 보인 영향이 크다. 인텔은 데이터 센터용 서버 부문이 최고 상태이고, 삼성은 DRAM 및 플래시 메모리 부문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또 이 회사는 스마트폰용 파운드리 등에서도 큰 성과를 보이고 있다. TSMC는 미국용이나 중국용 파운드리가 한층 확대하고 있다. IT 기기의 한계설이 부상하는 가운데 2015년 세계 반도체 설비투자는 때아닌 ‘빛의 계절’을 맞고 있는 셈이다.

생각해 보면 이제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사람은 극히 드물고 스마트폰이 이를 대신한다. 워크맨 등의 음악 재생 플레이어를 쓰는 사람도 거의 없고 스마트폰이 대신한다. 젊은 사람들은 집에 TV도 비디오도 없다.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기능을 가진 단말기는 지금까지 없었고, 비평가와 애널리스트가 “스마트폰은 23억~25억대 정도에서 멈출 것”이라는 한계설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성장의 여지는 충분하다. 이렇게 되면 반도체 성장 역시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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