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리튬 2차전지 시장에서 독보적인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IT용 소형 2차전지와 ESS(에너지저장장치)의 점유율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EV(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의 점유율도 높여가고 있다.
5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삼성SDI의 지난해 EV용 리튬2차전지 글로벌 점유율은 17.9%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점유율 1위는 일본업체 AESC(27.8%)였고, 근소한 차이로 LG화학(27.7%)이 뒤를 이었다.
삼성SDI의 점유율 17.9%는 전년 4~5%대에서 10% 이상 급성장한 것이다. BMW i3가 글로벌 시장에서 1만5000대 가까이 팔리며 인기를 끌면서, 이 차량에 리튬이온 2차전지 배터리를 공급하는 삼성SDI도 덩달아 호재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SDI는 지난해 12월 조남성<사진> 사장의 단독 대표체제로 바뀐 이후 EV용 2차전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조 사장은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북미 주요 완성차 업체들을 초청해 직접 사업을 설명하기도 했다. 삼성SDI는 BMW, 폭스바겐, 크라이슬러 등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했으며 포드, 마힌드라와는 사업 협력을 맺고 있다.
삼성SDI가 EV용 2차전지 사업 확대에 공격적으로 나선 이유는 시장의 폭발적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BMW i3 한 대당 들어가는 배터리는 세계 최대 용량인 60Ah 셀 96개다. 스마트폰 한 대당 약 3Ah 용량의 배터리가 탑재되는 것을 고려하면 전기차 한 대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것은 스마트폰 2000여대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것과 동일한 셈이다.
이미 IT용과 ESS용 2차전지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성한 삼성SDI가 EV 시장마저 장악하게 되면 리튬이온 2차전지 시장의 최대 강자로 떠오르게 된다. 삼성SDI는 지난해 IT용 2차전지 점유율 20.5%, ESS용 점유율 23.6%로 각각 글로벌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SNE리서치는 2018년 EV용 리튬2차전지의 시장규모가 IT용 시장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차와 ESS 등 중대형 리튬 2차 전지의 수요는 2020년에 559억달러, 용량기준으로는 202GW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