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달 30일 조 전 부사장에 대한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했다. 앞서 19일 열린 첫 공판에서 재판장인 오성우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가 재판부 직권으로 조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하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의 법정출석은 증인 채택 당시부터 법조계 안팎에서 화제가 됐다. ‘갑질’ 논란을 판단해야 할 재판부가 중립성을 잃고 또 다른 ‘갑질’을 한 것아니냐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땅콩 회항’이 반(反) 대한항공 정서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박 사무장의 복귀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이 입을 역풍이 분명한데도 재판장이 직접 나서서 조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해 이를 확인했어야 하느냐는 시각이다. 더군다나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에게 적용된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 △형법상 강요 △업무방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5가지 혐의 중 어느 것에도 관련이 없다.
서울지역의 한 판사는 “양쪽에서 아무런 요청이 없었는데도 재판장이 나서서 공소사실과 관련이 없는 기업 총수를 법정에 불러 세운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 역시 “박창진 사무장의 계속 근무 여부는 공소사실과 전혀 상관이 없는 문제인데, 피고인의 아버지를 법정에 불러 그 문제를 확인한 의도를 도대체 알 수가 없다”고 언급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재판부는 공소장에 기재된 혐의에 관련된 내용을 판단하는 곳이지, 그 외에 사회에서 관심을 두는 부분까지 사람을 불러 훈계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것은 아니다”라며 “법조계에서 흔히 말하는 ‘원님 재판’을 한 것으로,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