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원 출신 상습 절도범에는 이례적인 벌금형, 70억 횡령 현직 국회의원은 15년만에 처음으로 구속영장 발부.
9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선거개입 혐의를 인정하고 실형을 선고한 김상환(49·사법연수원 20기) 부장판사는 법원 내에서도 '소신있는 법관'으로 꼽힌다.
2010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를 맡으면서는 78억원 횡령 혐의를 받던 민주당 강성종 국회의원에 대해 국회에 보낼 체포동의 요구서를 작성해 검찰로 보냈고, 결국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현역 의원이 회기 중 구속된 건 15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2011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처사촌인 김재홍씨도 제일저축은행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했다.
2012년에는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의 추정 매장량을 부풀린 탐사보고서를 작성한 혐의를 받던 CNK 기술고문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기도 했다. "범죄혐의를 다툴 여지가 있다"는 이유였다. 당시 CNK주가조작 사건으로 비난 여론이 거셀 때였다. 결국 3년여가 지난 지난달 법원은 CNK대표 오덕균 씨에 대해 사실상 무죄를 선고하며 "추정 매장량을 허위로 부풀렸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2012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 재판장 시절에는 수백억원대 불법·부실대출과 수십억원대 회사자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신삼길 명예회장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하고 보석허가를 취소하는 단호함을 보이기도 했다.
김 부장판사가 법정에서 엄한 모습만을 보인 것은 아니다. 제주지법 부장판사로 일하던 2007년에는 상습 절도범에게 이례적으로 벌금형으로 선처하기도 했다. 당시 피고인은 고아로 자라며 40~60만원선의 절도를 반복해오다 재판을 받게 된 20대 청년이었다. 당시 김 부장판사는 "김씨가 고아로서 사회생활에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고, 나이 어린 피고인에게 다시 한 번 사회의 온정을 받아가며 열심히 살아갈 기회를 주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판단해 누범기간 중이지만 벌금형을 선택한다"고 밝혔다.
대전 출신인 김 부장판사는 보문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4년 부산지법 판사로 임용됐다. 이후 서울고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등을 거쳤다. 헌법재판소에 재산권 분야 연구부장으로 파견근무하며 공법 분야에도 학식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