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龍門春望(용문춘망)

입력 2015-02-2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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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사에서 봄을 기다리며

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봄보다 황사가 먼저 왔다. 화창하고 청명한 봄이 그래서 더 기다려진다. 봄을 기다리는 것을 대춘(待春)이나 춘망(春望)이라고 한다. 글자를 바꾸어 망춘(望春)이라고 하면 개나리가 되니 묘하다.

춘망은 봄에 보는 경치를 뜻하기도 한다. 맨 먼저 떠오르는 시는 역시 ‘국파산하재(國破山河在) 성춘초목심(城春草木深)’으로 시작되는 두보의 ‘춘망’이다. 이 춘망에는 봄 경치를 바라보는 소망이라는 뜻도 있는데, 시인의 소망이 담기지 않은 시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신라 때 고운 최치원의 해변춘망, 조선 전기의 문신 정희량(鄭希良·1469~?)의 압강(鴨江)춘망, 중국 당나라 때 옹도(雍陶)의 천진교(天津橋)춘망, 역시 당의 시인 고적(高適)의 전가(田家)춘망에도 장소만 다를 뿐 봄 경치를 바라보는 마음이 들어 있다.

이런 시들과 달리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 자체를 노래한 것으로 ‘용문(龍門)춘망’을 들고 싶다. 조선 선조 때의 시인 옥봉(玉峯) 백광훈(白光勳·1537~1582)의 가작이다. ‘약속이나 있는 듯이 날마다 들창가에/주렴 걷기 일러지고 내리기는 더뎌지네/봄빛은 하마 바로 산 위 절에 왔는데/꽃 밖으로 돌아오는 스님 저 혼자만 모르누나’[日日軒窓似有期 開簾時早下簾遲 春光正在峯頭寺 花外歸僧自不知]. 제목에 나오는 대로 경기도 양평의 용문산 용문사에서 지은 시다.

문장과 글씨에 두루 뛰어났던 옥봉은 최경창, 이달과 함께 조선 중기 삼당시인(三唐詩人)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들은 고려로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200여 년간 한시 작법의 대세였던 송시(宋詩)의 격식을 지양하고 당시(唐詩)의 품격으로 돌아가자고 시풍 개혁을 주장한 사람들이다.

전남 장흥 태생인 옥봉은 사후 1590년(선조 23) 전남 강진의 서봉서원(瑞峰書院)에 제향됐다. 저서로 ‘옥봉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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