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타격폼으로 주목받는 두 타자가 있다. 서건창(26ㆍ넥센)과 정수빈(25ㆍ두산)이다.
서건창은 지난해 128경기에 나와 201안타(543타수)를 때려내며 지난 1994년 이종범(45ㆍ당시 해태ㆍ현 한화 코치)의 최다안타(196안타) 기록을 20년 만에 갈아치우며 최우수선수(MVP) 영예를 안았다.
지난 2008년 LG 트윈스 신고선수(연습생)로 입단해 6년 만에 이룬 기적과 같은 성과다. 거기에는 서건창만의 독특한 타격폼이 뒷받침됐다.
그의 타격폼은 테이크백(스윙 직전에 방망이를 뒤쪽으로 빼는 동작)을 생략한 간결한 자세다. 타격 직전까지 힘을 뺐다가 스윙 시에만 힘을 집중시키기 때문에 스윙스피드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독특한 스윙폼은 이제 서건창의 전매특허가 아니다. 두산 베어스의 테이블세터(1ㆍ2번 타자) 정수빈이 서건창의 타격폼으로 새 시즌에 도전한다.
정수빈은 지난해 말 서건창 타격폼을 도입하기 전까지는 평범한 선수에 불과했다. 그러나 정수빈은 서건창 타격폼을 벤치마킹하면서 타격감을 끌어올렸고, 시즌을 마친 시점에선 타율 0.306로 생애 첫 3할 타자가 됐다. 서건창 타격폼으로 인해 변화구 대처능력이 향상된 덕이다.
정수빈은 올해도 서건창 타격폼을 이어갈 예정이다. 지난 시즌 막판 적지 않은 효과를 본 만큼 타격 자세 교정 없이 더 발전시킨다는 각오다.
두 선수는 닮은꼴 타격폼 외에도 주목할 만한 점이 많다. 빠른 발을 지닌 왼손 타자로서 넥센과 두산의 테이블세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클린업트리오와의 연결고리인 만큼 두 선수의 활약에 따라 양 팀의 공격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올 시즌 서건창의 목표는 팀 우승과 부상 방지, 그리고 수비 능력 향상이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에 져 준우승에 그치며 눈물을 훔친 만큼 새 시즌을 맞는 서건창의 방망이는 늦은 밤까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있다.
반면 정수빈은 올해가 너무나도 중요한 시기다. 백업이 아닌 주전으로 맞이하는 첫 시즌이기 때문이다. 이에 정수빈은 예정됐던 군 입대마저 미룬 채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의 목표는 분명하다. 팀 내 입지 다지기다. 그러기 위해서는 타격 보강이 절실하다.
닮은꼴 타격폼으로 새 시즌을 맞는 서건창과 정수빈이 닮은꼴 타격감을 발휘할 수 있을지 관심사다. 올 시즌 프로야구를 보는 재미가 하나 더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