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주식 액면분할'이라는 통 큰 결정을 내렸다. 당장에 '황제주 오너'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게 됐지만 수급부족 해결로 인한 추가상승 가능성을 얻을 것으로 분석된다.
3일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은 현재의 액면가 5000원을 500원으로 분할한다고 공시했다. 이날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장초반 280만원 대를 유지했지만 액면분할 소식이 전해진 오전 11시 이후 급등세를 보였다. 장중 한때 308만원까지 치솟았다.
당초 액면분할 결정 이전부터 증권가에서 바라본 아모레퍼시픽의 실적은 장밋빛이었다. 올 1분기 실적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는데 이견도 없었다. 홈쇼핑을 포함한 국내 온라인 판매 성장과 춘절을 맞은 중국시장 확대가 주요 원인이었다. 실적 개선세가 뚜렷한만큼 추가적인 주가상승의 가능성도 존재했다.
반면 상승 폭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어왔다.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상장일인 2006년 6월 29일 이후로 줄곧 상승세를 시작했다. 2010년 6월 처음 100만원을 돌파했고 4년 후인 지난해 8월 처음으로 200만원을 넘었다. 이후 6개월여 만인 지난달 300만원을 고지에 올라섰다.
회사 실적과 전망이 긍정적이지만 1주당 300만원을 호가하는 주식에 선뜻 뛰어들 투자자는 많지 않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평균 목표가는 308만원 수준. 현재 주가가 이미 증권가의 목표치에 근접한 셈이다.
수급불균형 해소도 숙제였다. 오를만큼 오른 주식은 추가 여력이 남아있어도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절대 거래량이 부족했다. 서경배 회장의 고민도 여기에서 시작된다.
아모레퍼시픽은 서경배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이 49.34%, 외국인(28.9%), 국민연금(8.10%) 순으로 지분을 보유 중이다. 결국 일반투자자는 지분 15%를 갖고 거래를 하고 있는 셈이다. 추가적인 주가상승 여력이 충분해도 1만주 안팎의 거래량이 이를 뒷받침하기에 부족함이 많았다.
결국 서경배 회장의 액면분할 결정에 따라 투심(投心)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분석된다. 물량 부족으로 사고 싶어도 못샀던 개인투자자들도 이제 몸집 가벼워진 아모레퍼시픽에 뛰어들 여력이 생긴 셈이다. 증권가 역시 이번 액면분할의 최대 효과로 '수급 불균형 해소'를 꼽고 있다.
과거 황제주인 SK텔레콤도 1999년 말 445만원까지 올랐다가 이듬해 액면가를 5000원에서 500원으로 쪼갰다. 주식 수를 늘린 이후로 개인투자자 참여가 늘면서 25만∼30원대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액면분할이 근본적인 기업 가치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주가 부양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미국 우량주 56개 중에서 액면 분할 1년 후 주가가 다우존스지수 수익률을 웃돈 종목은 25개로 44.5%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액면분할이 지수를 끌어올리기보다 실적 개선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김동원 SK증권 연구원은 "액면가가 높은 주식들의 분할을 통해 소액 투자자들의 우량주에 대한 접근성이 커지게 된다"며 "거래량이 늘어나면 그만큼 시장이 활성화된다"고 분석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의 액면분할과 관련해 "아모레퍼시픽은 실적 개선세가 뚜렷하지만 수급불균형 탓에 (주가가)붙잡힌 경향이 없지 않다"며 "황제주라는 타이틀 덕에 액면분할 이후 투자자들이 몰리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