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회장 체제 1년을 막 넘긴 포스코가 검찰의 대대적인 비자금 수사에 직면했다. 수사의 칼날은 정준양 전 회장을 향하고 있지만, 반복되는 외풍에 권오준 체재 역시 혼란에 휩싸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됐지만 뚜렷한 주인이 없는 공기업 성격을 갖고 있다. 때문에 포스코는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회장과 경영진이 외압 논란에 시달리며 대거 교체됐다. 교체 때마다 검찰수사와 세무조사가 끊이질 않으면서 불명예 퇴진이 반복됐다. 그룹 계열사들도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외풍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포스코는 초대 박태준 회장을 비롯해 황경로, 정명식, 김만제, 유상부, 이구택, 정준양 회장 등 대부분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하차했다.
고(故) 박태준 회장은 김영삼 대통령과의 정치적 갈등으로 대선 직후인 1992년 말 회장직에서 퇴진해 일본으로 건너갔다. 이후 황경로, 정명식, 김만제 회장 등이 취임했으나 임기를 마치지 못했다.
김대중 정부 출범 한 달 뒤인 1998년 3월 취임한 유상부 회장은 다음 정부(노무현 정부) 출범 한 달 만인 2003년 3월 자진 사퇴했다. 이후 이구택 회장은 연임에는 성공했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지 1년 만인 2009년, 잔여 임기 1년을 남기고 물러났다. 당시 이 회장은 정계 로비의혹과 하청업체들의 납품비리 등 구설수에 휘말렸다.
정준양 회장도 연임에는 성공했지만, 2013년 11월 임기가 1년도 더 남은 시점에서 시점에서 물러났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10개월 만의 일이다. 정 회장이 사퇴하기 2개월 전부터 세무 당국은 포스코에 대한 강도높은 세무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검찰이 정 전 회장에 대한 비리 수사에 나서면서 취임 2년차를 맞은 권오준 회장의 개혁 정책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 정권에서 정 전 회장이 낙하산 인사로 잡음을 낸 점을 감안하면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직원의 분위기가 와해되면 권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개혁 정책도 난항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