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강권 정부 VS 반발하는 재계-편드는 여당

입력 2015-03-17 08:52수정 2015-03-1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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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 대한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최저임금 인상 '강권'이 재계의 집단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이에 여당 대표까지 재계를 감싸면서 정부의 입장이 곤혹스럽게 됐다.

최저임금 인상이 거론된 것은 지난 4일 최 부총리가 국가경영전략연구원의 포럼 강연에서 “적정 수준의 임금 인상이 일어나지 않고는 내수가 살아날 수 없다”는 발언 이후다.

이어 최 부총리는 민자사업간담회와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도 꾸준히 적정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소비 회복을 언급해왔다.

최저임금 논란은 특히 13일 경제5단체장 간담회에서 절정에 달했다.

최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재계를 향해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소비회복을 촉진시키자고 독려했다. 하지만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당시 “고용과 임금 간의 트레이드 오프(trade off) 관계가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반박했다. 트레이드 오프란 두 개의 정책 목표 가운데 하나를 달성하려고 하면 다른 목표의 달성이 희생되는 관계를 뜻한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 역시 “안정적 일자리 창출에 관심을 더 두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이같이 재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최 부총리는 임금은 기업의 자율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15일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에서 정부와 청와대, 새누리당은 최저임금 인상률과 관련해 적정 수준에서 인상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적정 수준의 인상률이 적어도 재계가 요구하는 것보다는 높은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재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이에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5단체들은 16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경제단체협의회를 열고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요구에 우려한다는 뜻을 확인하며 공동입장 발표에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상의는 우려를 같이 하면서도 노동계 자극 우려 등을 들어 집단행동에는 동참하지 않기로 했다.

재계 단체들의 집단행동은 2013년 9월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반대한 이후 1년6개월 만이다.

최저임금을 둘러싸고 정부와 재계의 대결 구도가 확대되는 가운데 이번엔 여당이 재계의 손을 들고 나섰다.

같은 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박용만 회장 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단을 만난 자리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기업 관련 정책·입법 관행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최경환 경제팀의 임금 인상 압박과 관련해 “기업인들의 속이 많이 상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경제가 어려운데 정치권과 정부는 규제개혁 한다면서 실적 쌓기, 보여주기식 입법을 남발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증세 논란으로 당청과 각을 세웠던 김 대표가 최 부총리의 '최저임금'정책에 또다시 직격탄을 날린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여당이 재계에 가세하면서 향후 최저임금을 둘러싼 정부의 입장이 크게 흔들리게 됐다.

하지만 여당이 가세한 재계 또한 불편한 상황이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가 국정 동력 회복이란 명분으로 재계에 사정의 칼날을 드리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 포스코건설의 후속타가 정부 정책에 반발한 기업들로 기울여진다면 '최저임금'발(發) 사정한파는 재계의 올가미가 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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