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속 스타의 이미지는 개인의 이미지일까. 역할의 이미지일까.
‘장그래’ 역할로 사랑을 받았던 임시완이 공익광고 한편의 출연으로 네티즌의 질타를 받고 있다. 지난해 비정규직의 애환을 다룬 tvN 드라마 ‘미생’에서 장그래 역을 맡아 열연했던 임시완은 최근 배우 황정민과 함께 고용노동부 공익광고에 출연했다.
광고 속 임시완은 장그래의 이미지로 등장해 황정민과 함께 “노동시장을 개혁해야 청년 일자리가 해결된다”고 알렸다. 문제가 된 것은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포함된 뜻이다. 물론 노동시장개혁은 노총과 여당이 상통하는 의견이지만 이 부분에는 일명 정부가 제안한 ‘장그래 법’도 포함돼있다. ‘장그래 법’은 35세 이상 비정규직 근로자에 한해 본인이 원할 경우 고용기간을 현재 2년에서 최대 4년으로 늘리기로 한 것이 골자가 되는 법안이다.
노동계는 이를두고 ‘장그래 죽이기 법’. ‘비정규직 양산법’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냈고, ‘미생’의 원작자인 윤태호 작가 역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분들이 만화를 보셨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이렇게 만화와 전혀 다른 의미의 법안을 만들면서 ‘장그래’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임시완의 소속사 스타제국 측은 한 매체와의 전화연결을 통해 “우리는 임시완이 더빙을 한다고만 알고 있었다. 좋은 취지의 공익 광고인데다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내용으로 알고 출연을 결정한 것이다”라며 “원작자가 ‘장그래 죽이기다’라고 표현했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꼼꼼하지 못했던 건 우리의 잘못인 것 같다”고 해명했다.
임시완의 공익광고 출연논란에 네티즌 의견이 엇갈렸다. 엇갈림의 중심에는 ‘임시완의 이미지를 개인 임시완으로 볼 것이냐 장그래의 이미지로 볼 것이냐’가 있다. 아무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은 임시완 여러 역할을 맡는 배우이기 때문에 장그래 역할을 했다고 해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그 이미지에 충실해야할 이유도, 강요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문제가 된다는 입장은 임시완이 장그래 역을 했었고 장그래의 이미지로 광고에 출연하고 있기에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정말 우리가 지나치게 광고 속 스타의 이미지에 역할의 이미지를 감정이입 하고 있는 것일까. 배우는 다양한 역할을 맡아 연기하는 것이 직업이다. 물론 임시완이 장그래 역할을 했다고 해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그 이미지에 충실해야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해당 광고에서 임시완은 엄연히 ‘미생’ 속 장그래의 이미지로 출연했다. 이에 대중은 광고에서 임시완을 보고 장그래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광고에서 스타를 기용하는 것도 해당 스타가 가진 이미지를 통해 광고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함도 있다. 그래서 광고 속 스타의 이미지는 그가 맡았던 배역의 이미지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것이다.
연예인들의 대부업 광고 출연도 마찬가지다. 대출 광고의 대부분은 대중에게 배역을 통해 신뢰감을 얻은 인기 연예인들이 모델로 나온다. 어려운 서민층이나 당장 돈이 절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업체에서 광고에서 신뢰감 있는 인기 연예인을 내세우는 이유도 ‘믿고 빌려라’라는 광고의 속내가 포함된 것이다.
스타는 이미지를 먹고 사는 직업이다. 배역에 따라 이미지가 바뀔 수는 있겠지만 임시완처럼 임팩트가 강했던 배역의 이미지는 광고에서도 대중에게 각인될 수밖에 없다. 이번 공익광고 역시도 그 효과를 노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대중에게 준 이미지와 영향력을 생각하지 못한 채 부주의하게 광고를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분명 비난받아 마땅하다.
왜 임시완이 우리 편에 안 서주냐는 투정이 아니다. 개인 임시완이 어느 편에 서건 상관 없지만 적어도 비정규직의 대표적인 이미지인 장그래의 이미지로 이 광고를 찍었다는 것이 실망스러운 것이다. 스타라는 것은 그래서 자리를 지키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이다. 돈 주면 아무거나 찍는 연예인라는 비난을 받고 싶지 않다면 자신의 이미지를 알고 그에 맞는 광고를 선택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