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주총 현장 가보니… 넷마블과 주식교환 문제·윤송이 사장 경영자질 설전
이날 엔씨소프트는 경기도 판교 연구개발센터에서 18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그동안 주주총회 현장을 찾아가도 경영진이나 회사 직원들이 정문앞에서 지키고 있어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번 엔씨소프트 주총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탓인지 조심스레 기자들의 참관을 허락했다. 주총에 주주들보다 기자들이 많은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도 흘러나왔다.
주총 시작 10분 전부터 기관투자자들, 소액주주 등 주총 참석자들이 자리에 착석했다. 넥슨 측 인사들의 얼굴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양한 연령층의 소액 주주들이 들어서며 주총장은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김택진 의장의 개회 인사말을 시작으로 관련 안건에 대한 보고, 앞으로 엔씨가 나아가야할 과제 등이 발표됐다. 주주총회에 처음 발을 들여놔서인지 모든게 드라마에서 보듯이 일사분란하게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 평화는 김택진 대표의 재선임 안건이 상정되기 전까지였다.
갑작스레 주총장이 술렁이더니 일부 개인주주들이 “반대합니다”를 외쳤다. 100억원대의 주식을 보유한 한 주주는 최근 사장으로 승진한 윤송이 사장(김택진 대표의 부인)의 경영자질, 넷마블과의 주식가치 산정 문제, 엔씨소프트 야구단운영 등의 이유로 김 대표의 재선임을 반대했다.
7-8년전부터 엔씨소프트의 주총을 찾았던 한 주주도 격양된 목소리로 넷마블과의 주식교환문제와 전자투표제 도입에 대해 입장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주주들은 주총이 끝나기도 전에 “이럴 거면 주총을 왜 해”라며 주총장을 빠져나가기도 했다.
관련 자료를 제시하면서 적극적으로 해명한 김 대표는 “넷마블과의 주식 교환은 경영권 방어를 위함이 아니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멋진 결정이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러한 공방속에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은 넥슨이었다. 넷마블과의 협업에 관한 관련 자료를 요구했고, 재선임에 찬성한다는 입장이었다.
대부분의 기업의 주총은 평균 30분 정도가 소요되지만 이날 주총은 설전이 오고가며 1시간 30분이나 걸렸다. 자칫 기자회견장으로 변질 될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되자 김 대표가 분위기를 재정비했다. 소란스러웠지만 재선임안은 표결을 거쳐 무난히 통과됐다. 주주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현장을 직접 눈과 귀로 확인하며 소액주주 입장과 기업 입장 양측에서‘전자투표제’도입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주총이 끝난 후 주주보다 많았던 기자들은 일명 뻗치기에 나섰다. 바로 넥슨 한경택 CFO였다. 기업의 대표들처럼 능수능란한 답변은 아니었지만 강했다. 한 CFO는 “많은 주주들이 우리가 하고 싶었던 말을 해줬고 제안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차례 숨을 돌렸지만, 넷마블과의 시너지, 모바일 게임의 흥행 등을 보여줘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여기에는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며 넥슨과 소액주주들이 요구한 ‘전자투표제’에 대한 고민도 포함이다. 19기 주주총회가 더 기다려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