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한토신 주총 참관기

입력 2015-03-3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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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토지신탁(이하 한토신)의 주주총회는 시작 전부터 무거운 긴장감이 돌았다. 주주들과 소통하는 열린 주총을 지향하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지만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한토신의 주총은 예외였다. 2대주주로 경영권을 쥐고 있는 아이스텀과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1대주주 MK전자의 운명을 결정지을 날이기 때문이다.

양측은 주총 시작 전부터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위임장 확인 과정에서부터 고성이 오갔고 험악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주주와 행사진행요원간의 실랑이도 이어졌다. 이날 총 863명의 주주들이 주총장을 가득 메웠지만 주총은 쉽사리 개회되지 못했다. 주주총회 참여를 확정지을 위임장 검표과정에서 중복위임장이 발견돼 재검표 과정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일부 주주는 회사 측의 위임장 확인 과정을 문제 삼으며 “위임장 누락이 있었다. 누락된 사유를 말해달라”고 소리쳤다. 이에 회사 측은 “주주제안이 들어와서 표결이 예상되는 총회인 점을 감안해 접수과정, 주주확인 과정에서 법원의 명령의 받아 출석한 검사인, 공증인, 변호사가 입회해 확인했다”며 주주들의 이해를 구했지만 성토의 목소리는 쉽사리 잦아들지 않았다. 오전 10시에 시작될 예정이었던 주총은 정오를 훌쩍 넘겨 오후 2시가 다 돼서야 시작됐다.

이날 최대 쟁점은 3호 의안인 이사선임의 건이었다. 한토신 이사 9명 중 6명을 선임하는 안을 놓고 1대 주주인 MK전자 측과 2대 주주인 아이스텀 측간의 치열한 격전이 이어졌다. 현재 한토신의 이사는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5명이다. 이중 이번 주총 6명이 올 3월 임기가 만료되며 아이스텀과 MK전자는 사내이사 2자리, 사외이사 4자리를 두고 표대결을 펼쳤다. 남아있는 이사 중 아이스텀측이 2자리, MK전자측이 1자리를 확보하고 있어 MK전자 입장에서는 이번 6자리 중 최소 4자리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오후 3시가 넘어 3호 의안인 이사선임의 건이 표결에 들어가자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이사 선임안건에 대해 많은 주주들이 발언을 요청했고 의장을 맡은 김 대표이사가 안건 관련한 발언만 해달라며 발언을 제지하자 주주들의 원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며 고성이 오갔다.

이날 이사 선임안건과 관련해서 이례적으로 집중투표제가 실시됐다. 집중투표제는 1주를 가진 주주가 선임할 이사 수와 동일한 의결권을 가지며 사내, 사외이사 구분 없이 이사 후보자 한명 또는 여러명에게 집중해 투표를 할 수 있다. 특히 양측 간 지분차이가 미미해 결과를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5시부터 3시간 넘게 진행된 개표가 끝나고 의장은 사내이사에 김두석 한토신 부사장, 강성범 MK인베스트 상근고문이, 사외이사에 박차웅, 이승문, 성민섭, 허용씨를 신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김두석 한토신 부사장과 강성범 MK인베스트 상근고문, 박차웅, 이승문씨는 MK전자측이 추천한 인물로 MK전자측이 5명의 이사를 확보하며 승기를 잡는 순간이었다.

12시간 가까이 진행된 한토신 주총은 MK전자의 승리로 끝났지만 단상을 향해 소리치며 일방적인 요구를 쏟아낸 주주들의 모습과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한 사측의 대응은 성숙한 주총 문화를 기대하는 흐름과는 사뭇 달라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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