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데스노트' 일본 초연 관람해보니..한국 공연 기대감 '상승'

(Original Production by Horipro Inc.)

무대에 정적이 흐른다. 전광판에 숫자가 선명하게 보인다. 검정색 바탕에 빨간색 숫자는 40초에 멈춰있다. ‘40, 39, 38, 37…3, 2, 1’을 나타내던 숫자가 ‘0’에 이르자 장송곡이 흘러나온다. 이후 ‘데스노트’에 적힌 흉악범의 이름이 보이고, 그가 죽었다는 소식이 뉴스로 전해진다.

15일 오후 6시 30분 일본 도쿄 유라쿠쵸 닛세이 극장에서 상연중인 뮤지컬 ‘데스노트’를 1000여 명의 관객들이 숨죽여 지켜봤다. 공연 시작 열흘 째,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평일이지만 객석 대부분을 채웠다.

‘데스노트’는 1980년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연출하고, 1998년 신 국립극장 예술감독을 역임한 쿠리야마 타미야가 총연출을 맡았다. ‘지킬 앤 하이드’‘루돌프’‘보니 앤 클라이드’‘카르멘’‘시라노’‘몬테크리스토’‘스칼렛 핌퍼넬’ 등의 작품에 참여한 프랭크 와일드혼이 음악감독, ‘보니 앤 클라이드’의 아이반 멘첼이 각본, ‘몬테크리스토’‘카르멘’의 잭 머피가 작사 작업에 참여했다.

여기에 일본 대형 연예기획사 호리프로가 제작에 뛰어들었고, 우라이 켄지(야가미 라이토 역), 코이케 텟페이(엘 역), 유즈키 후우카(아마네 미사 역), 요시다 코타로(야가미 류크 역), 하마다 메구미(야가미 렘 역), 마에시마 아미(야가미 미사유 역), 카가 다케시(야가미 소이치로 역) 등의 배우들이 열연했다.

(Original Production by Horipro Inc. )

2003년 일본 슈에이샤 ‘주간소년 점프’에 연재된 만화 ‘데스노트’가 애니메이션과 영화에 이어뮤지컬로 제작됐다. 법관을 꿈꾸던 천재 대학생 야가미 라이토는 어느 날, 우연히 데스노트를 줍게 된다. ‘이 노트에 이름이 적힌 자는 죽는다’는 문구에 반신반의하며, TV뉴스에 방영된 유괴범 이름을 적고야 만다. 그는 40초 후에 죽는다. 노트의 힘을 알게 된 라이토는 자신의 손으로 범죄자를 처단, 이상적인 세계를 만들어 가기로 결심한다.

세계 각지의 범죄자들이 의문의 심장마비로 사망하자, 인터폴에서 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서 천재 탐정 수사관을 경찰청으로 보낸다. 그가 바로 전세계의 미제 사건을 해결해온 명탐정 엘(L)이다. 데스노트로 신세계 신이 되고자 하는 라이토, 그런 그를 사랑하는 미사, 항상 라이토와 미사 곁에서 그들의 지켜보는 죽음의 사신 류크와 렘, 빠른 두뇌 회전으로 라이토를 압박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와 대결하는 엘. 이제 정의의 이름을 건 치열한 두뇌 싸움이 시작되고, 최후의 승자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게 ‘데스노트’의 주된 내용이다.

1막은 13장으로 구성됐다. 사신계에서 인간계를 지켜보는 류크와 렘의 대화, 데스노트로 인해 알게 된 라이토와 렘의 만남, 살인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 대립하는 엘과 라이토의 모습이 그려졌다. 사신이지만 감초 역할로 관객들을 울고 웃게 만든 ‘루크’ 요시다 코타로의 연기가 볼 만하다.

(Original Production by Horipro Inc. )

2막은 11장으로 엘과 라이토의 두뇌 싸움, 절대 물러날 수 없는 엘과 라이토의 테니스 경기, 라이토를 배신하지 않기 위해 데스노트 소유권을 포기하는 미사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엘과 라이토의 테니스 경기는 압권이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공을 두 사람은 스파이크, 리시브, 백핸드로 리얼하게 표현했다. 마치 테니스장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했다.

무대는 단조로웠다. 2층의 철제 구조, 6대의 모니터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경찰청, 라이토의 작은 방, 원형 무대로 역동감을 표현한 것이 고작이었다. 작품의 스케일과는 잘 맞지 않았다.

배우들의 연기는 무난했다. 데스노트를 우연히 줍고 자신이 ‘키라’가 돼서 범죄를 처단하는 라이토와 기이한 행동을 자행하고 분석 추리하는 엘은 원작 그대로의 느낌이다. 연극 뮤지컬 등 공연에서 잔뼈가 굵은 일본 배우들이 캐스팅됐고, 2010년 걸그룹 슈퍼걸즈 멤버로 활약한 마에시마 아미가 출연해 화제가 됐다.

하지만 배우들은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이들은 프랭크 와일드 혼의 음악을 단순히 가창하는 정도로 표현했고, 뮤지컬에 ‘혼’을 담을 정도로 열정적이지는 못했다.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엔카풍의 노래 창법을 구사한 하마다 메구미도 작품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인 중에 하나였다.

(Original Production by Horipro Inc. )

이제 한국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014년 영국 웨스트앤드에 진출한 홍광호가 라이토 역을 맡았고, JYJ의 멤버인 김준수가 엘 역을 맡았다. 흥행 보증수표인 두 배우가 ‘데스노트’에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은 떼놓은 당상이다. 이 밖에도 ‘킹키부츠’‘드라큘라’‘위키드’‘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아이다’에서 열연한 정선아, ‘드림걸즈’‘셜록홈즈’에 출연한 박혜나, ‘킹키부츠’‘런투유’에 참여한 강홍석 등이 출연을 확정했다.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측은 “‘데스노트’ 라이선스를 따내 6월부터 공연한다. 기존에 작품을 틀은 유지하지만 음악이나 의상, 무대는 호리프로와 협의를 통해 변경할 수 있게 했다”며 “빈약한 무대를 살리고, 라이토와 엘의 대결에 좀 더 박진감이 느껴지도록 제작하겠다”고 말했다.

홍광호, 김준수가 열연하는 뮤지컬 ‘데스노트’는 오는 6월 20일부터 8월 9일까지 경기도 성남시 야탑동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다. 작품의 캐릭터에 맞는 최상의 원 캐스트, 주7회 공연 등 파격적인 공연 일정 편성으로 관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시도들이 눈에 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