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공백' 상황에 놓여 있는 CJ와 SK 그룹이 최근 인수.합병(M&A) 경쟁에서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두 그룹이 과감하고 신속한 의사 결정을 하지 못해 반드시 잡아야 하는 주요 매물을 놓치면서 선제적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 CJ, 인도 대형극장 2곳 인수 실패
CJ CGV는 올들어 대형 인도 극장 기업 2곳의 인수전에 참여했다가 '공격적 배팅'을 앞세운 현지·글로벌 업체에 밀려 모두 실패했다.
매물로 나온 A 시네마(Cinema)는 인도 굴지의 대기업이 소유한 멀티플렉스 체인으로, 델리를 중심으로 8개 지점에 29개 스크린을 갖췄고, B 시네마 역시 인도 남부 첸나이 등 8개 지점에 48개 스크린을 보유한 유명 극장 체인 업체다.
CJ 관계자는 20일 "두 극장 모두 현지에서 '프리미엄급 극장'으로 자리잡은 업체들이라, 세계 최대 영화 시장 중 하나인 인도 진출을 노리는 CJ 입장에서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인수 건이었다"고 밝혔다.
'발리우드(봄베이+할리우드)'로까지 불리는 인도 영화산업계는 한 해 1천편 이상의 영화를 쏟아내 이미 제작 규모 면에서는 미국 할리우드를 넘어섰다.
CJ 관계자는 "현지 업체나 글로벌 기업들이 인수액을 공격적으로 많이 써낸 데 비해 CJ는 다소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며 "아무래도 회장이 없는 상태라 M&A에 과감하게 나서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CJ의 문화 사업 위축은 영화·방송·음악·게임 분야 전문업체인 CJ E&M의 투자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2012년 898억원에 달했던 CJ E&M의 투자지출(CAPEX) 규모는 2014년 482억원으로 46%나 줄었다. 특히 투자지출 항목 중에서도 해외합작, M&A 등에 해당하는 기업투자 항목의 경우 같은 기간 553억원에서 172억원으로 69%나 급감했다.
문화 사업은 CJ그룹 미래 성장동력의 핵심으로, 이재현 회장이 각별한 관심과 열정을 쏟아온 분야다. 이 회장의 한류 문화 투자 사례는 지난달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재에 실리기도 했다.
2013년 7월 이 회장의 구속 이후 오너 부재 상태가 이어지면서 문화 사업뿐 아니라 CJ그룹의 경영은 곳곳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해 계획한 투자의 20%나 실행에 옮기지 못해 3년만에 실제 투자 규모가 1조원대로 추락했고 올해의 경우 아예 공식 투자·고용 계획조차 내놓지 못한 상태다. 앞서 지난 2월 CJ대한통운은 싱가포르 물류기업 APL로지스틱스 입찰전에서 일본 물류기업인 KWE에 밀려 인수에 실패했다.
◇ SK "KT렌탈 꼭 잡고 싶었는데..."
SK그룹도 비슷한 처지다. 최태원 회장이 2013년 1월 횡령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이후 투자가 크게 위축됐다.
총수 공백이 드러난 대표적 사례가 최근 '롯데의 승리'로 끝난 렌터카 업체 KT렌탈 인수전이다.
SK 관계자는 "그룹이 SK네트웍스를 통해 큰 관심을 갖고 인수를 추진했다"며 "워낙 큰 규모의 투자라 수시로 정보파악를 파악해 실시간으로 대응하며 의사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었는데 여러가지 면에서 회장 부재 상황이 아쉬웠던 싸움"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롯데그룹은 무려 1조원이 넘는 과감한 베팅으로 렌터카 업계 1위 기업을 차지하고 순식간에 신성장 산업인 렌터카 시장을 장악했다.
이뿐 아니라 2013년 이후 SK그룹은 STX에너지, ADT캡스, 호주 유류공급업체 UP, 일본 반도체 업체 엘피다 등 국내외 굵직한 M&A 인수전에서 잇따라 지거나 막판 포기했다.
해외 사업도 주춤거리고 있다.
SK 관계자는 "에너지·화학·ICT(정보통신기술) 업종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장 공략을 추진했고 실제로 최태원 회장이 2012년 하반기 태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을 방문해 세일즈에 나서면서 SK C&C,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등의 진출도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했다"며 "하지만 이후 회장 부재로 동남아 시장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기가 어려워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