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은 있는데~. 개그맨이니까 바보 흉내나 내면서 살이나 뒤룩뒤룩 찌겠다?” 홍준표 도지사 골프 논란, 경상남도 무상급식 논란 등 각종 정치 이슈에 대한 맹공이 쏟아지자, 당황한 눈초리가 역력하다. 격하게 손사래를 치는가 하면, 답변을 회피하느라 곤란한 표정을 짓기 일쑤다.
KBS 2TV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코너 ‘민상토론’ 속 모습이다. 유민상, 김대성이 영문도 모른 채 토론 프로그램의 토론자로 자리한 가운데, 사회자 박영진이 신랄한 질문을 퍼붓는다. 각 사안에 자신의 의견을 내지 못 하고 입을 가로 막는 유민상, 김대성의 모습에 객석의 웃음 폭격이 쏟아진다.
저열한 외모 비하나 일베 용어 사용 등 논란을 이어가던 ‘개그콘서트’가 비판에 휩싸이더니 회심의 수를 던진 모양새다. ‘민상토론’의 등장이 반가운 이유는 가벼운 콩트나 스탠딩 코미디 위주의 ‘개그콘서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키가 작거나 뚱뚱한 사람에 대한 비하가 주를 이뤘던 ‘개그콘서트’다. 타성에 젖어 과거 반복해온 코드 나열로 시청자의 외면을 자초하던 것이 바로 최근 ‘개그콘서트’의 단면이었다.
‘민상토론’은 과거 ‘회장님 회장님’의 김형곤식 코미디의 존재감이 엄존하듯, 그야말로 정치 사회적 문제점을 비꼬아 웃음을 유도하는 풍자 개그의 재림이다. 다만, ‘민상토론’에서는 사안에 대한 한쪽 입장을 강조하거나, 의견을 내세우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의 중간 평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 사업’ 등 굵직한 이슈를 직설적으로 내던질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타르시스를 자아낸다. 단순한 언급과 추궁만으로도 치달아가는 구성임에도, 객석의 호응도는 거세진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경직됐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 ‘민상토론’의 진짜 묘미다.
꼬투리를 잡아 몰아치는 사회자, 의견조차 피력하는 것에 겁을 내는 토론자, 소통할 여지가 없는 듯 찌그러진 표정을 하고 토론을 바라보는 방청객은 ‘민상토론’의 전부다. 각 무대의 요소에 이유가 실려 있다. 눈을 가리고, 귀를 닫는, 그렇게 몸을 사리는 소시민의 얼굴을 하고 있다. 속속 터지는 웃음보에도 생각이 남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