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SK그룹 등 재계에 따르면 오너 부재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최 회장이 SK C&C와 SK㈜간 합병을 진행한 배경에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합병으로 최 회장은 그룹 전체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게 됐다. 현재 SK C&C의 오너 지분율은 최 회장이 32.9%이고 최 회장의 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10.5% 등이다. SK C&C 자사주 소각을 고려하면 최 회장은 23.4%, 최 이사장은 7.5%이다. 최 회장 등 오너 일가의 합병법인 지분율이 경영 안정권인 30.9%를 확보하게 된다.
최 회장의 형기는 앞으로 1년 10개월이 남은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SK C&C와 SK㈜간 합병에 대해 재계은 다소 놀라운 표정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룹 지배구조에 영향을 주는 경우 대부분 오너가 주도적으로 진행하게 된다"며 "이번 SK그룹은 최 회장과 최 부회장 등 오너가 모두 자리를 뜬 상황에서 이뤄져 다소 놀랍다"고 귀띔했다.
이 같은 배경에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자신의 부재기간에 확실한 경영 안정을 구축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오너의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자칫 발생할 수 있는 지배력 약화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라는 의미다.
최 회장의 부재는 지난 2013년 1월부터다. 대법원 확정판결을 통해 최 회장은 징역 4년형을 선고 받았다. 이달 현재 최 회장은 형기의 절반을 겨우 넘겼다. 최 부회장 역시 비슷한 시점에 구속된 뒤 가속방이 이뤄졌으나 다시 재수감됐다. 가석방을 고려한 최 부회장이 남은 수감기간은 오는 2016년 10월까지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그룹 계열사 CEO 인사도 최 회장의 복심을 중심으로 새롭게 재편했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에 최측근을 심었다.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인 장동현 SK플래닛 부사장을 SK텔레콤 대표이사로 전격 기용했고, SK이노베이션 사장에는 정철길 SK C&C 사장을 선임했다. 또 SK C&C 사장에는 최 회장의 비서실장 출신인 박정호 부사장을 발탁했다.
무엇보다도 오너의 부재로 흐트러진 그룹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다.
지난 연말 SK그룹은 내홍을 겪었다. 문덕규 전 SK네트웍스 대표이사가 인사에 불만을 품고 인사 항명을 한 것은 그룹 내 조직 분위기가 무너졌다는 방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