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골 치차리토' '레알 마드리드'
국내 팬들에게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빨간 유니폼이 아직은 더 익숙한 하비에르 에르난데스(27, 이하 '치차리토')가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의 유럽축구연맹(UEFA) 4강 진출을 이끌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23일 새벽(한국시간) 홈구장인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후반 경기 종료 2분을 남기고 극적인 결승골을 기록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치차리토의 이 골은 레알 마드리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간의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나온 유일한 유일한 득점이었다. 결국 치차리토의 이 한 골이 승부를 가른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 특히 올시즌 7번의 맞대결(리그+국왕컵+슈퍼컵+챔피언스리그)에서 단 한 번의 승리도 거두지 못한 채 3무 4패로 부진했던 레알 마드리드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전 부진을 한 방에 날린 승리이기도 했다.
멕시코 출신의 공격수 치차리토는 지난 2010년 데포르티보 과달라하라에서 맨유로 이적하며 유럽 생활을 시작했다. 맨유에서의 첫 시즌이었던 2010-11 시즌 디미타 베르바토프(13골)에 이어 팀내 두 번째로 많은 13골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알린 치차리토는 곧바로 프리미어리그 우승까지 경험하며 주가를 올렸다.
2011-12 시즌에도 10골을 기록하며 두 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치차리토는 2012-13 시즌에도 10골을 기록하며 또 한 번 리그 우승을 맛봤다. 하지만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물러난 이후 첫 시즌이었던 지난 시즌 24경기 출장에 단 4골에 그치며 올시즌 레알 마드리드로 전격 임대를 떠났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에서의 임대 생활 역시 만만치 않았다. 올시즌 32라운드가 종료된 현재 리그에서 치차리토가 출장한 경기는 절반을 조금 넘는 17경기다. 득점 역시 4골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선발 출장한 경기는 단 3경기에 불과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카림 벤제마, 가레스 베일 등 쟁쟁한 공격수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치차리토가 주전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기는 쉽지 않았다.
치차리토에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8강 2차전은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킨 경기였다. 레알 마드리드는 벤제마와 베일이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함에 따라 호날두와 투톱으로 나서게 됐고 결국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의 플랜B는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호날두가 밀착마크하던 수비수들을 따돌리고 치차리토에게 공을 밀어줬고 치차리토는 이 공을 침착하게 차 넣어 결승골로 연결했다.
물론 치차리토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으며 팀을 4강으로 이끌었다고 해서 올시즌 레알 마드리드에서의 주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벤제마와 베일이 정상적인 컨디션이라고 가정할 때 치차리토는 후순위일 가능성이 높다. 맨유 시절에도 치차리토는 적지 않은 골을 기록했음에도 주전보다는 후반 교체 투입돼 득점을 쐐기를 박는 골이나 극적인 승리로 이끄는 모습이 더 익숙했다. 실제로 2011-12 시즌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교체 선수로 활약했던 경우였다.
하지만 치차리토는 레알에서 자신의 기회를 기다렸고 잊혀진 선수가 아님을 증명했다. 안첼로티 감독 역시 "치차리토가 매우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어 "치차리토가 힘겨운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이 한 골은 그에 대한 보상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치차리토 역시 결승골에 대해 "결승골은 내가 넣었지만 호날두의 패스가 휼륭했다"고 밝히며 "이번 승리는 우리 모두의 승리"라는 말로 겸손함을 나타냈다. 향후 시즌 잔여 경기들을 통해 치차리토가 레알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될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안첼로티 감독으로서는 플랜B 역시 플랜A 못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아틀레티코전 승리였다.
'결승골 치차리토' '레알 마드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