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포츠사엔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숙명의 라이벌이 있다. 고(故) 최동원(2011년 타개)과 선동열(52)이다. 1980년대 한국 프로야구를 호령하던 두 선수 사이엔 늘 라이벌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두 선수의 맞대결은 그 자체가 빅매치였고, 이들이 있는 곳엔 늘 만원 관중이 운집했다.
그러나 두 선수의 맞대결은 단지 두 사람만의 자존심 대결은 아니었다. 두 사람의 어깨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명예와 자존심이 걸려 있었다. 영·호남 지역 라이벌이자 롯데와 해태라는 제과업계 라이벌이었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최동원은 연세대, 선동열은 고려대 출신으로 피할 수 없는 대학 라이벌이기도 했다. 이들의 라이벌전은 대학의 스포츠 스타 영입전에 불을 지폈다.
최동원과 선동열로 시작된 연세대와 고려대의 라이벌전은 연고전(고연전)을 거쳐 1990년대 농구대잔치로 이어졌다. 1990년대를 대표하는 키워드인 농구대잔치 열기 속에는 연세대와 고려대의 라이벌전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두 대학을 대표하던 스타는 서장훈(41·연세대)과 현주엽(40·고려대)이다. 훤칠한 키에 파워풀한 플레이로 농구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두 장신 스타의 대결은 대학의 스포츠 스타 마케팅이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요즘 대학의 스포츠 스타 영입전은 마치 겨울철 스토브리그를 연상케 한다. 한 명의 스타를 영입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기도 한다. 2000년대 이후 연세대와 고려대를 대표하는 스포츠 스타는 피겨여왕 김연아(25)와 체조요정 손연재(21)다. 고려대가 김연아를 영업하자, 연세대는 손연재를 대항마로 끌어안았다.
이처럼 대학의 스포츠 스타 마케팅은 해를 거듭할수록 뜨거운 영입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학이 스포츠 스타 영입에 열을 올리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유명 스타를 유치해 인지도를 끌어올리려는 전략이다. 대학은 스포츠 스타의 인기와 인지도를 활용하고, 스포츠 스타는 수능과 내신, 그리고 학사 관리라는 큰 산을 어렵지 않게 뛰어넘을 수 있어 이해관계가 분명하다.
과거에는 지방 대학이나 지명도가 낮은 대학일수록 스포츠 스타 마케팅 의존도가 높았지만 최근에는 일부 명문대학에서도 스포츠 스타 영입에 혈안이다. 대학으로 스카우트되는 대부분의 스포츠 스타는 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군 입대 연기도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또 프로구단과 달리 한 번의 영입으로 4년이 보장되고, 졸업 후에도 해당 대학 출신이라는 영원한 꼬리표가 생긴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학의 스포츠 스타 영입전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세대는 지난해 말 고려대가 뉴질랜드 교포 프로골퍼 리디아 고(18·캘러웨이골프)를 합격시키자 고려대의 편법적인 학사 운영을 비판하고 나섰다. 리디아 고는 미국에 살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에 출전, 1년 내내 수업 한 번 받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성희 한국외대 국제스포츠레저학부 교수는 “비영리기관인 대학이 특정 아마추어 선수에게 엄청난 혜택을 보장하면서 대학의 홍보에 활용하는 행위는 명백하고 과도한 상업 활동”이라며 “이 같은 상업 활동의 이면에는 학생들의 수업권 침해라는 문제점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박 교수는 “학생을 단순한 홍보 도구로 활용하는 대학의 행태는 도덕적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결국 피해자는 학생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