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4개월 동안 현숙이로 살았기에 평상시에도 몸에 배어 있다’고 할 정도로 캐릭터에 푹 빠진 채시라다. 정신적 몰입뿐 아니라, 몸도 사리지 않은 그녀다. 최종적 화해를 상징한 장면인 나말년 선생님에게 직접 만든 도시락을 선사하고 그녀를 등에 업은 촬영 에피소드도 털어놨다.
“전날 꼴딱 밤샘했기에 (서이숙을 업고 꽤 걸어야 했던 촬영을) 제작진이 말렸어요. 그러나 ‘당연히 업어야지’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서이숙도 방송을 같이 보면서 ‘업길 잘했다’고 했지요. 다음날 스승의 날이었기 때문에, 선생님을 업는 장면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고집을 꺾었으면 나오기 힘든 장면이었습니다.”
액션신에 대한 소화력도 빼놓을 수 없다. 채시라 역시 스스로도 “아무래도 액션신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만족감을 드러낸 뒤, “저희 연출하고 카메라 감독님들이 제가 슬리퍼를 신고 잘 뛸 줄 몰랐나 보다”라고 운을 뗐다.
“현장에서도 그 부분에 되게 놀라워했고, ‘천추태후 아니야, 천추 태후’라고 하더라고요. 쓰레기 더미에 숨는가 하면, 도박장에서 뛰어내리는 장면 등 천추태후에 비하면 액션이라고 할 수 없는 신들이고요. 너무나 가벼운 마음으로 했는데 말예요. 개인적으로 액션을 되게 좋아하나 봐요. 즐기면서 촬영했습니다. 사실 호루라기를 불며 저를 뒤따라오던 연기자분은 넘어지시기도 했어요…현대물 액션도 나중에 한 번 해봐야죠.”
시청률 두 자릿 수를 꾸준히 유지하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로 막 내린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다. 여기에서 이미지 변신을 꾀한 채시라는 탄탄한 캐릭터 소화력을 구가했다. 이를 김인영 작가의 집필력, 유현기 PD의 연출력이 뒷받침한 점 또한 주효하다.
“첫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도 ‘어쩜 그렇게 잘 썼을까’라고 했습니다. 웃기고도, 슬프고, 너무 심각하면서도 사실 재밌었지요. 서스펜스와 미스터리, 유머가 적절히 섞였습니다. (김인영 작가) 전작의 반응을 봤을 때도, 팬층이 두껍더라고요. 지금도 잘 쓰시지만, 앞으로 일취월장할 것이고, 팬들 역시 실망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 역시 김인영 작가님과 함께할 수 있는 작업이 있으면 함께 하고 싶습니다. 이는 연출도 마찬가지예요. 유현기 PD님은 전체를 잘 이끌어가는 리더십과 포용력이 있으세요. 장미희 선배님은 ‘덕장’이라는 표현을 하시더라고요.”
채시라는 “명장의 기운을 가진 분”이라고 덧붙이며 “멤버 그대로 작품을 꼭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배우들 간 호흡 역시 찰떡궁합이었다. 출연진과 제작진을 비롯해 안팎으로 시즌2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다.
“좋은 팀과 하면 늘 좋아요. 촬영을 비롯해 준비 작업이나 서로 주고받는 연습, 그 자체만으로도 활력이 된답니다. 좋은 대본을 만났을 때도 좋지요. 빨리 찍고 싶고요. 그동안 작품이 여럿 있었는데도 마음이 안 움직였어요. 이번에는 제 안에서 에너지를 느꼈기 때문에 ‘내 작품이구나’라고 선택을 하게 됐지요. 당분간 일과 아이들 키우는 일에 균형을 잘 맞추려고요. 저는 에너지가 넘치는데, 아이들 위해서는 엄마가 필요하니까 그게 가장 고민거리에요. 조율을 잘 해야 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