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미야 와타루 산교타임즈 대표이사 사장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샤오미가 저가 모델인 ‘레드미 2A’에 처음으로 중국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채용했다. 그동안 미국·일본을 비롯한 해외 업체로부터 애플리케이션을 조달하던 중국이 드디어 IC를 국산화하기로 선언한 일대 사건이다.
비슷한 시기에 중국의 최대 액정 패널 업체인 BOE가 DRAM 제조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반도체 메모리의 핵심인 DRAM에 대해, 중국 업체들은 대부분 국산화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런데 DRAM 설계의 국산화에 이미 성공해 드디어 공장 가동까지 개시된 것은 참으로 놀랍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정부는 금융 면에서도 일본, 미국, 유럽에 대항할 수 있는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해서도 자금력을 살려서 단숨에 부상하고 있다. 태양전지에 대해서는 세계 시장 점유율의 70% 이상을 쥐고 있다. LED 조명에 대해서도 거액의 보조금을 뿌려 순식간에 떠올랐다. 또한 액정을 비롯한 전자 디스플레이의 세계에서도 대약진을 이루고 있다.
BOE의 쿠보지마 부사장은 “중국은 이제 전 세계 전자 디스플레이 생산의 27%를 쥐고 있다. 또한 BOE는 중국 전체 생산의 39%를 점유해 정상을 향해 질주한다. BOE의 디스플레이 참여는 1993년이므로 21년간 참고 여기까지 왔다. 8.5G에 대해서도 베이징, 허페이, 충칭에 생산거점을 둔 청두에는 스마트폰, 자동차용 저온폴리실리콘액정(LTPS)의 신공장(6G)을 건설 중이다. 우리의 애플리케이션별 세계 시장 점유율은 태블릿PC 31%, 스마트폰 20%로 높고, 모니터 14%, TV 7%, 노트북 6%다”고 말했다.
중국 액정산업의 특징은 모든 생산을 중국 대륙에 집중하는 것. 즉, 다른 나라에는 일절 공장을 짓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판매는 세계화를 꾀한다. 또 BOE의 강점은 액정 디스플레이+터치패널의 일체 생산을 구축, 하나의 공장에서 액정 패널에서부터 TV 완제품까지 일괄 생산체제를 확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과거 중국의 디스플레이산업은 낙후돼 있었다. 한국, 대만, 일본이 차례로 신기술을 발표해 신세대 패널로 향해 갈 때 중국은 항상 한 발 뒤처져 있었다. 그러나 2010년경부터 중국 업체들의 설비 투자가 활발해졌고, 2014년에는 세계에서 세 번째 위치까지 올랐다. 이대로 가면 2016년에는 대만을 제치고 세계 2위로 약진하는 것은 거의 확실하며, 정상인 한국도 사정권 안에 들어온다.
태양전지, 액정에 이어 중국 정부가 세계 제패를 노리는 것이 전자 디바이스 중 최대 존재인 반도체다. 이미 중국 정부는 ‘IC 제조강국’을 선언하고, 약 2조 엔의 거대 투자를 반도체에 쏟아부어 철저한 국산화를 꾀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2조 엔대가 아니라 최대 4조 엔에 이를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중국은 IT 세계에 발을 내딛고 순식간에 세계 정상권에 올랐다. 그 거대한 자금력을 반도체산업에 투입하는 것은 세계 각국의 반도체 기업에 있어서는 놀라울 따름이다. 또 중국의 특징은 국가 중추에서 지령이 나오면 자유자재로 시장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전자 디바이스산업 신문의 구로마사 노리요시 상하이 지국장은 “중국 정부는 2014년부터 중국 금융기관에 대해 해외의 서버를 사용하지 말도록 지시하고 국산 서버 사용을 거의 의무화했다. 중국 서버 업체 인스퍼는 국가 프로젝트로 소형 서버 ‘천사K1’을 개발했다. 준대기업인 국유은행과 지방은행을 위한 소형 서버 사업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프로세서나 DRAM에 중국이 발을 들인 것은 의미가 크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이 IT에 눈뜬 것을 의미한다. 즉, 반도체와 액정 재료, 제조 장치에 강한 일본 기업에 있어서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는 이야기다. 반도체 디바이스 메이커에 있어서는 중국의 IC 국산화 움직임은 판로가 좁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잠식한다는 예전의 전략은 미국·일본·한국·EU 모두에 이제는 안 통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