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배우 김남길입니다. 영화 ‘무뢰한’에서 범죄자의 여인을 사랑한 형사 정재곤 역을 맡았습니다. ‘무뢰한’을 통해 칸 국제영화제에 다녀왔고, 무엇보다 전도연 누나와 호흡 맞춰 행복했지요.
저는 20대 때 제가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연기를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방법이나 성숙한 연기를 보여주지 않고서는 제 자신한테도 지겨울 수 있고, 식상함에 부딪힐 수 있다는 한계를 느꼈습니다.
사실 저는 연기에 대해 발전적인 계기가 필요해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때마침 촬영장에서 전도연 누나가 ‘너가 고민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리와 봐’라고 절 부르더군요. 전도연 누나는 제게 “나 역시 영화 ‘밀양’ 때 고민했던 거야”라며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습니다.
그건 바로 힘을 빼는 방식의 연기입니다. 앞서 전 주로 어두운 인물을 연기하면서, 마치 보는 사람들에게 감정을 강요하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이는 제게 고민으로 다가왔지요. 억지로 표현한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가짜같다는 생각이 드는 게 너무 답답했습니다. 전도연 누나 역시 ‘밀양’ 촬영 당시 같은 고민을 겪었고, 이창동 감독님과 대화해 느끼는 만큼만 표현하는 결론을 얻어 점차 해결해나갔다고 합니다.
사람마다 닥치는 상황에 느끼는 감정은 제각각입니다. 힘을 줘 연기하는 건 마치 ‘이게 정답이야’라는 걸 강요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때문에 ‘무뢰한’은 예전 작품보다 힘을 빼서 연기할 수 있겠다는 저만의 기대치를 높여준 영화였습니다. ‘무뢰한’을 통해 연기에 대해 더욱 치열하고 깊어질 수 있었습니다.
물론 작품이 끝나고 제 연기에 대한 아쉬운 부분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힘을 빼면서 좋은 계기를 만들었으니, 다음 작품에서 더욱 유연하게 연기할 수 있겠다는 각오를 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