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25일(현지시간) 북한의 인권상황이 세계 최악이라고 평가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발표한 '2014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지난해 2월 발표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최종보고서를 폭넓게 반영해 이같이 발표했다.
보고서는 "COI가 체계적이고 광범위하며 총체적인 인권 침해가 북한 정부와 기관, 관리들에 의해 지속되고 있으며, 나아가 그러한 침해가 많은 경우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한다고 결론냈다"고 인용했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 인권상황에 대한 미 국무부의 가장 부정적 평가로 풀이된다.
국무부의 2009년 이후 북한 인권실태에 대한 평가는 '열악하다'(poor)를 시작으로 '개탄스럽다'(deplorable), '암울하다'(grim) 등이었으며 지난해 역시 '개탄스럽다'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올해는 '세계 최악'(the worst in the world)이라는 매우 강력한 표현이 사용됐다.
이는 COI의 보고서가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무부 보고서 역시 "북한의 인권 기록은 올해 매우 주의 깊은 조사를 받았다"고 밝혀 COI의 최종 보고 내용이 평가에 반영됐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보고서는 북한 당국이 2013년 3월 함경북도 청진의 송평이라는 지역에서 남녀 각 1명을 필로폰의 주성분인 메타암페타민을 제조, 판매했다는 혐의로 공개 처형했으며 아동을 포함한 주민들이 이들 남녀가 폭행당하고 기둥에 묶여 총살되는 것을 강제로 봐야 했다는 COI 보고도 실었다.
또 당국의 숙청 작업의 일환으로 적어도 50명이 지난해 처형됐으며 이러한 처형이 김정은의 권력 강화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이어 보고서는 "탈북자들은 사법절차에 의하지 않은 처형을 비롯해 실종, 임의적 감금, 정치범 체포, 고문 등을 지속적으로 보고하고 있다"며 "송환된 탈북자와 그 가족들은 중형에 처한다는 보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문 방식도 무자비한 폭력과 전기충격, 외부에 장시간 방치, 사람들 앞에서 발가벗기기, 몇 주간 일어서거나 누울 수 없는 감방에 감금, 장시간 무릎 꿇리기 등 각종 잔학 행위를 망라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자신의 갓 낳은 아이를 어머니가 강제로 지켜보게 하는 고문도 보고됐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특히 "북한 당국은 생존 조건이 잔혹하고 수용자들에게 강제노동을 시키며, 살아나올 것으로 기대할 수 없는 정치범 수용소를 운용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또 북·중 국경을 건넌 여성 탈북자와 노동자들은 인신매매에 노출돼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북한 주민은 그러한 정부를 바꿀 능력이 없으며, 북한 당국은 언론과 집회, 결사, 종교, 이동, 노동의 자유를 부정하는 등 주민들의 삶을 다양한 측면에서 엄혹하게 통치하고 있다"며 "재판부는 독립적이지도 않으며, 공정한 재판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2013년 12월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의 처형 사실을 소개하며 "체포 나흘 뒤 당국은 특별군사법정을 열어 그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곧바로 반역과 부패, 등 혐의로 처형했다"며 "한국과 다른 나라의 언론은 당국이 그의 측근을 공개 처형하고, 가족들은 대대적으로 검거해 적법절차 없이 정치범 수용소로 끌고 갔다"고 밝혔다.
한편, 국무부는 지금까지는 각국 정부의 인권침해 상황만을 보고서에 기술했으나, 이번에는 이슬람국가(IS)를 비롯해 알카에다, 보코하람 등 극단주의 테러리스트 그룹 등의 잔학 행위도 보고했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서문에서 "우리는 IS 같은 단체가 산 사람을 불태우고 야만적으로 참수하며, 소녀들을 노예로 팔고 무고한 민간인들을 무자비하게 죽이는 것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또 북한과 함께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 국가를 폭력과 억압적인 법으로 반대자들을 침묵케 하는 독재국가라고 지적했다. 특히 러시아가 시민사회와 언론에 대한 탄압과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개입을 바탕으로 점점 더 독재적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국교정상화가 추진되고 있는 쿠바에 대해서도 2014년 위협과 협박으로 평화로운 반대 의견을 억눌렀다고, 중국에 대해서는 인권 운동가에 대한 억압이 일상적이며 수만 명의 정치범이 투옥됐다고 각각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