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면세점은 황금알 낳는 거위? 17개 문 닫았다

입력 2015-07-07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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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제주 신규 면세점 선정 결과 발표가 오는 10일로 임박한 가운데, 불과 네자리를 놓고 무려 24개 국내 업체(합작법인 포함)들이 막판까지 불꽃을 튀기고 있다.

이 같은 '과열 경쟁'은 곧 기업들이 그만큼 면세점의 성장성·수익성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뜻으로, 특허 획득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업체들 사이에서는 벌써 "그냥 다 인가해주고 시장에 맡기지 왜 소수 특허가 필요하냐"는 볼 맨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 시내면세점, 80년대말 29개 난립후 12개로 급감

7일 유통업계와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 시장 규모는 모두 8조3천억원으로, 2013년(6조8천억원)보다 22%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면세점 시장 규모는 ▲ 2010년 4조5천억원 ▲ 2011년 5조3천억원 ▲ 2012년 6조3천억원 ▲ 2013년 6조8천억원 ▲ 2014년 8조3천억원 등으로 최근 해마다 두자릿수 안팎의 성장을 거듭해왔다.

내수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기업들로서는 면세점의 성장과 수익에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처럼 면세점이 호황을 누리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떠오른 것은 일본·중국 관광객(유커)이 크게 늘어난 최근 10년 사이의 일이다.

그 이전 상황은 지금과 전혀 달랐다.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올림픽 등 대형 국제행사를 전후로 외국인 관광객 쇼핑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1980년대 후반 시내 면세점 수는 29개까지 불었다가 현재 12개 수준까지 급감했다. 20여년 사이 무려 17개 면세점이 사라진 셈이다.

제주 한진면세점(2006년 6월 폐업), 경주 남문면세점(2003년 5월), 부산 동화면세점(1999년 6월), 경주 동화면세점(1998년 3월), 제주 동화면세점(1995년 10월 폐업) 등이 대표적 사례다.

시내 면세점은 아니지만 대기업인 애경그룹 계열사 AK면세점조차 인천공항에서 적자 누적을 견디지 못하고 2009년 롯데호텔(롯데면세점)에 흡수 합병됐다.

◇ 업계 일각 "특허 없애고 시장 자율에 맡겨야"

면세점에 특허권을 부여하는 정부와 살아남은 롯데·신라 등 주요 면세점은 이 같은 근거로 "현재의 시장 구조는 특허를 통한 면세점 산업의 '진입 제한'보다는 규모의 경제가 요구되는 면세점 산업 특성에 따라 형성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부는 아울러 면세점, 정확한 용어로는 '보세판매장'의 특성상 세금이 면제되는만큼, 밀수나 탈루 등을 막기 위해 국가에서 까다롭게 면세품을 취급할 수 있는 자격을 따져 '특허' 형태로 권한을 부여하는 게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미국도 경쟁입찰을 거쳐 허가를 주고, 중국·대만·태국 등은 아예 별도의 경쟁입찰 과정도 없이 거의 국영기업이 면세점을 도맡는 형태"라고 전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더 이상 정부가 시내 면세점 수 등에 제한을 두지 말고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하와이·괌·사이판의 경우 기본적으로 면세지대라 시내 면세점을 내기 위한 허가가 별도로 필요하지 않고, 싱가포르·홍콩·마카오의 경우도 공항면세점은 입찰 경쟁을 거치지만 시내면세점은 자율적으로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면세시장 수요가 충분히 있는데도 면세점 수를 특허를 통해 제한하는 것은 경쟁을 통한 서비스 개선, 해외 면세 시장 진출을 위한 경쟁력 강화 등의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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