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에서 국민투표, 정상회의까지 파란만장한 보름 거쳐…그리스 입법 절차 마무리 등 후속 절차 남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들이 17시간에 가까운 사상 최장 시간 회의 끝에 13일(현지시간)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 협상을 개시하기로 합의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도날드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트위터에 “만장일치로 합의를 이뤘다”며 “그리스에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 지원을 위한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유로존 정상들과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마라톤 회의에서 연금 삭감과 세수 확대, 국유자산 매각, 국제통화기금(IMF) 참여 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치프라스 총리가 격렬하게 반대했던 IMF의 참여와 국유자산 매각 등에 대해 유로존의 입장을 따르면서 협상이 타결된 것으로 전해졌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이번 타결은 신뢰성을 재구축하기 위한 좋은 단계”라고 말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더 이상 없다”고 못을 박았다.
그리스 정부가 지난달 27일 전격적으로 채권단 구제금융 방안에 국민투표 실시를 선언하면서 이날 협상 타결에 이르기까지 그리스와 EU는 파란만장한 보름을 거쳐야 했다.
그리스는 지난달 30일 IMF 채무를 상환하지 못해 사실상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다. 지난 5일 국민투표에서는 긴축안에 ‘반대’라는 EU가 원하지 않던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그리스는 뱅크런(예금 대량인출)을 막기 위해 은행 영업중단과 현금인출 제한 등 자본통제를 실시했다.
국민투표 결과가 직후 유로존은 12일까지 협상을 타결해야 한다는 최후통첩을 그리스에 보냈다. 지난 주말 열린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체) 회의와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유럽 지도자들은 그렉시트도 불사하겠다며 그리스를 압박했다. 결국 유로존 정상들의 마라톤 회의에서 그리스 지원을 위한 길을 열어둔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가 지원을 받아 그렉시트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나기까지는 아직도 거쳐야 할 과정이 많다.
정상회의에 앞서 열린 유로그룹 회의에서는 그리스가 연금과 부가가치세, 민영화 등 개혁법안을 오는 15일까지 의회에서 통과시키면 구제금융 협상을 개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로그룹은 그리스에 3년간 최대 860억 유로(약 108조원) 규모의 구제금융이 필요하며 협상 타결까지 긴급한 유동성 지원을 위해 120억 유로를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 마디로 그리스 의회가 개혁안을 받아들여 입법 절차를 마무리해야 자금을 지원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그리스 의회가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개혁안을 즉시 법제화해야 한다”며 “이 절차가 마무리되면 유로그룹의 15일 검토를 걸쳐 이후 각국 의회가 3차 구제금융 협상 개시를 승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500억 유로 규모의 그리스 국유자산이 새로운 펀드로 이전될 것이며 이 펀드는 그리스 은행권의 재자본화에 활용된다”며 “다만 당초 계획한 룩셈부르크가 아니라 아테네에 펀드를 둘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 여름 그리스 채무 상환을 돕기 위한 ‘브리지 파이낸싱(bridge financing)’도 즉각 논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