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은 17일 서울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제일모직과의 합병계약서 승인건을 투표에 부쳐 찬성률 69.53%로 최종 가결했다. 특수관계인 및 계열사(13.92%), KCC(5.96%), 국민연금(11.21%)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24.33%의 일부 소액주주도 찬성에 손을 들었다. 반대표는 두 회사의 합병을 제재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7.12%), 메이슨캐피탈(2.18%) 등을 포함한 외국인 및 소액주주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소식에 외신들은 “80억 달러(약 9조1760억원)의 거래가 성사됐다”면서 일제히 보도했다.
특히 미 경제방송 CNBC는 한국 기업의 재벌 문화를 조명해 눈길을 끌었다. CNBC는 “엘리엇이 한국의 재벌(삼성을 의미)을 흔들었다”고 표현했다. ‘재벌(chaebol)’이란 의미도 함께 풀이했는데, ‘재’는 ‘부(wealth)’를, ‘벌’은 ‘가문(clan or faction)’을 각각 뜻한다고 설명했다.
CNBC는 한국의 재벌기업이 ‘소수지분지배주주(Controlling Minority Shareholder, CMS)’ 형식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소수지분지배는 소수지분으로 기업을 지배하는 구조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지배주주는 모회사의 지분을 보유하면 모회사의 자회사, 손자회사를 모두 지배할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번 합병으로 제일모직 지분 23%를 보유하게 됐고,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도 4.1%도 보유하게 돼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게 됐다. 소수지분지배 구조로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한 셈이다. CNBC는 이 같은 소수지분지배 구조는 특정 기업에 경영권이 집중된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 이외에 이 같은 재벌구조를 가진 기업으로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을 각각 꼽았다.
마이클 나 노무라증권 한국시장 전략가는 “재벌기업은 원형지분구조로 막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지만, 연결고리가 하나만 끊어지면 전체 시스템이 영향을 받기 쉽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 전략가는 “최근에 재벌기업들은 경제성장이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지 않고 있다”면서 “대중이 점점 재벌기업을 외면하고 있는 분위기를 고려할 때, 기업들은 개선된 주주환원정책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