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배보다 목숨이 중요해" 베테랑 선장 신속한 대처, 9명 목숨 구해

입력 2015-07-17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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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억 배보다 목숨이 중요해" 베테랑 선장 신속한 대처, 9명 목숨 구해

▲사진=뉴시스

침몰 중인 수십억원짜리 선박을 포기하고 선원 9명을 신속하게 대피시켜 인명 피해를 막은 선장 정도영(61)씨의 사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사고는 15일 남해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인근 백도 해상에 조업을 나간 저인망 트롤 어선 금강호(89t)에 발생했다. 당시 태풍으로 기상이 악화하자 이날 밤 피항차 부산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10시간을 걸려 부산 남형제도 인근 20㎞ 해상까지 왔을 때였다. 갑자기 돌풍과 함께 집채만한 너울성 파도가 금강호 왼쪽을 강타했다. 금강호는 왼쪽으로 심하게 기울었다.

정 선장은 키를 반대로 돌리려 안간힘을 썼지만 크게 기운 배는 이미 복원력을 잃은 상태였다.

그는 신속하게 배 안에 있던 선원 8명을 모두 조타실로 불러 구명조끼를 입히고 구명정을 터뜨렸다.

정 선장은 15년동안 생사고락을 같이 한 배에서 선원들에게 다급한 퇴선명령을 내리고 인근 동료 어선 윤창호(65t)에 배 위치를 알려주며 구조신호를 보냈다.

파도를 맞은 금강호가 침몰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선장과 선원 등 9명은 높이 3∼4m 파도와 초속 15m 이상의 강풍이 몰아치는 칠흑같은 망망대해에서 사투를 벌이다가 20여분만에 도착한 윤창호에 무사히 구조됐다.

정 선장은 "배는 다시 구하면 된다"며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선원들을 모두 살렸으니 그것으로 족하다"고 말했다.

부산해양경비안전서 관계자는 "높은 파도와 강풍 등 악천후 속에서 어선이 침몰했는데 한명의 인명피해도 없었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며 "신속하고 현명한 대처와 인근 어선의 도움 덕분"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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