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사건에서 성공보수 약정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변호사단체가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이 사건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간 해묵은 권한 다툼으로 번질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하창우)는 27일 성명서를 내고 "형사 사건의 성공보수 약정을 모두 무효로 선언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을 전부 무효로 할 경우 착수금을 지급할 능력이 없어 판결을 선고받은 후 성공보수를 지급할 수밖에 없는 국민은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협회의 논리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가 2006년 성공보수를 일률적으로 금지한 연방변호사법을 위헌으로 결정한 사례도 근거로 들었다.
협회는 "모든 성공보수 약정을 획일적으로 무효로 선언한 이번 대법원 판결은 계약체결의 자유와 평등권 등을 위반한 것"이라며 "이런 위헌적인 판결을 바로 잡는 방법은 헌법재판소가 심판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이날 오후 헌법재판소를 찾아 헌법소원 청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대법원이 형사사건에 한해서는 의뢰인과 변호인 간 성공보수를 약정하는 게 무효라고 판결한 것을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결정할 수 있느냐는 양 기관의 입장 차이가 있다.
김선일 대법원 공보관(부장판사)은 이날 "판결에 대해서는 헌법소원을 낼 수 없다, 이것은 규정에 의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헌법재판소법 68조 1항은 '재판을 제외한' 공권력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헌법재판소가 1997년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한 재판은 헌법소원 대상이 된다'며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이 허용된다는 취지로 한정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의 근거가 된 조문은 '사회질서에 반하는 계약은 무효로 한다'고 규정한 민법 103조다. 이 조항에 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내린 적이 없기 때문에 헌재가 사건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리지 않고 본안판단을 할 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변협은 '판결을 취소해달라'는 청구 외에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한 헌재법 68조 1항이 위헌이라는 주장도 함께 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이번 사건은 단순히 개별 사안이 아니라 헌법소원 범위를 확장하는 문제로 번질 수 있다.
이에 대해 변협은 "기본권을 침해하는 모든 공권력 행사에 대한 헌법소원을 허용하면서도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한 헌법재판소법 제68조도 이제 헌법적 판단을 받을 때가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헌재는 2013년 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이 가능하도록 헌재법을 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담은 의견을 국회에 전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