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예린의 어퍼컷] 백종원의 잠정하차, 위기가 아닌 현명한 선택

입력 2015-07-2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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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예린 문화팀 기자

“출연자들이 정신을 무장하고 녹화를 진행해도 카메라 앞에서 실시간으로 악성 댓글과 마주했을 때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 의 박진경 PD가 최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네티즌에게 당부한 말이다. 백종원의 부친이 골프장의 20대 여성 캐디를 강제 추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마리텔’ 채팅창에도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백종원의 부친 사건이 알려지기 전인 12일 ‘마리텔’ 인터넷 생방송 당시에도 인신 공격하는 악성 댓글을 보고 표정이 어두워진 백종원의 캡처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되기도 했다. 결국 백종원은 26일 ‘마리텔’ 녹화에 불참을 통보했고, 잠정 하차라는 결정을 내렸다. 악성 댓글로 인한 심적 고통이 어떤지 알기에 제작진도 백종원의 결정을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

‘마리텔’은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에 인터넷 방송을 결합시킨 신선한 포맷의 프로그램이다. 1인 생방송을 통해 네티즌이 스타들의 행동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고,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도입한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특성 때문에 백종원 부친의 사건이 알려졌을 때 가장 우려했던 프로그램도 ‘마리텔’이었다.

물론 백종원 부친의 혐의가 아직 사실로 드러나지 않았고,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 사건이 백종원의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만약 백종원이 잠정 하차를 결정하지 않았다면 그는 악성 댓글로 이전보다 더 큰 심적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백종원의 잠정 하차는 그와 ‘마리텔’에 있어서 위기로 비칠 수 있지만 멀리 내다본다면 오히려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백종원은 재치있는 입담과 뛰어난 요리 실력으로 현재 방송가에서 최고의 주가를 기록 중이다. 앞으로 그가 방송을 지속적으로 할 것이라면, 한 번쯤은 부친의 사건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따라서 그의 잠정 하차는 시청자에게 불편함을 준 것에 대한 사과의 뜻을 포함해 향후 백종원의 이미지를 위해서도 현명한 선택이다.

‘마리텔’에게도 프로그램 포맷의 위력을 재확인할 기회가 될 수 있다. ‘마리텔’에서 그간 백종원이 미친 영향력은 컸다. 그러나 백종원 하나로 무너질 ‘마리텔’이 아니다.‘마리텔’은 포맷 자체가 신선하고 힘이 있기 때문에 특색 있는 출연자들을 발굴한다면 백종원의 빈자리도 충분히 메울 수 있다.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의 방송과 마술사 이은결 방송이 그것을 입증시켰다. 백종원이 잠정 하차한 26일 방송에서도 제작진은 그의 빈자리를 대신해 MBC ‘일밤-복면가왕’의 가면 디자이너 황재근을 출연시켜 네티즌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마리텔’은 네티즌과의 소통이 핵심인 프로그램이다. 네티즌에게도 이번 사건은 성숙한 인터넷 문화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마리텔’이 존속할 수 없음을 일깨워줬다. 결국 백종원,‘마리텔’, 네티즌 모두에게 자신을 되돌아 볼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그의 잠정 하차는 위기가 아닌 현명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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